밥상 위의 저 못들은
넘어질 때마다 부러뜨린 서로의
고요라면
나와 너 사이의 목구멍을 옥죄는
관계의 그늘이라면
한때 가까워서 못이 된 사이라면
-중략-
쓸쓸한 흔들림을 붙잡아주는 데 한번
쓰여 보자고 한 편 먹자고
차린 밥상이기를!
인류학자에 따르면 사람 사이의 친밀한 거리는 45.7㎝라고 한다. 어떻게 사람을 센티미터로 재면서 만날까. 그만큼 관계 맺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상대입장을 헤아려주면 상대는 간도 쓸개도 빼주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이거늘, 항상 그 무시라는 것이 45.7㎝를 무너뜨리고 만다. 좋은 관계란 상대를 눈썹 아래 두는 게 아니라 눈높이를 일치시킬 때다. 수직이 아니라 수평. 그러나 인간관계는 늘 수직을 요한다. 둘만 있어도 한쪽의 희생에 따른 서열이 생긴다. 이 시에서도 ‘한때 가까워서 못이 된 사이’ 때문에 따뜻한 밥이 못이 되었다. 친할수록 수직적이 되어가는 게 아니라 수평을 유지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게 동물과 인간의 차이다. 그럴 때 밥은 한편이 되고 쓸쓸한 흔들림을 잡아주는 끈기가 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