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한 걸음씩 걸어서…’
   여행지 사색의 시간 담은 산문집

·한국역사연구회 ‘한국 고대사 산책’
   이해하기 쉽게 꾸민 한국 고대사

·유발 하라리 ‘호모데우스-미래의 역사’
   과학발달로 삶이 변화될 미래 소개

·목성균 ‘누비처네’
   농밀한 문장으로 엮어낸 수필집

본격적인 피서 시즌이 돌아왔다. 모처럼 떠나는 여행가방 속에 틈나는 대로 읽을 책 몇 권을 챙겨 넣는 것은 교양인이라면 갖추어야 할 에티켓이 아닐까. 설사 다 읽지 못하면 또 어떤가. 누군가는 휴가를 떠나기 전 서점을 서성이며 여행에 가져갈 책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때마침 전문기관들이 ‘7월의 읽을 만한 책 10선’(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100선’(국립중앙도서관), ‘휴가기간 최고경영자(CEO)가 읽어야 할 11권’(현대경제연구원) 등을 공개하고 있다. 그 중 인문사회, 문학, 역사 등 소양을 쌓을 수 있는 몇 권의 책을 소개한다.

▲ ·나희덕 ‘한 걸음씩 걸어서…’
여행지 사색의 시간 담은 산문집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나희덕)

삶에 깊이를 더하는 여행은, 숨 가쁘게 ‘보는’ 여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색이 주어지는 여행인 듯하다. 산문집에서 시인은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고즈넉한 여행지에서 만난 인상들을 조용히, 온전히 바라보고 있다. 이국의 외딴 뒷골목에서, 허름한 가게에서, 터미널에서, 산길에서, 산책로에서…. 시인의 깊은 사유의 시선은 걷던 길 위에서 멈추어 오랫동안 자신의 내면을 향하고 있다. 휴가철, 우리도 마음에 새길 한 장면을 담아내는 사색의 시간을 위해 종종걸음을 멈추고 길 위에 서서 나를 끝까지 바라볼 일이다. 달. 208쪽. 1만4000원.

▲ ·한국역사연구회 ‘한국 고대사 산책’
이해하기 쉽게 꾸민 한국 고대사

◇한국 고대사 산책(한국역사연구회)

한국 고대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그 뜨거운 이유는 전혀 유쾌하지 않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몰아세우는 웃지 못할 일이 너무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건전한 관심이 아니라, 폭력적 광신(狂信)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고대사 전문가들이 모였다. 역사에 관심은 있으나 전문적 내공이 약한 일반대중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꾸몄다. 구성도 단순 나열식이 아니라, 쟁점이 되거나 중요한 주제들을 선별하여 깔끔하게 설명하였다. 검증받지 못한 사이 비 역사서가 서점에 넘치는 요즘, 이 책의 신뢰성과 수월성(秀越性)은 단연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번 휴가철에 독파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의 비평이다. 역사비평사. 464쪽. 2만2000원.

 

 

▲ ·유발 하라리 ‘호모데우스-미래의 역사’
과학발달로 삶이 변화될 미래 소개

◇호모데우스-미래의 역사(유발 하라리, 김명주 옮김)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신간으로 돌아왔다. ‘호모데우스’의 ‘호모’는 ‘사람 속을 뜻하는 학명’이며 ‘데우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신’이라는 뜻이다. 즉 ‘신이 된 인간’이라고 번역된다. 저자는 7만 년의 역사를 거쳐 마침내 지구를 정복한 인류가 이제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이야기한다. 사이엔스 종이 협력이라는 도구로 집단을 만들고, 허구를 믿는 능력으로 사회를 이룬 과정처럼, 과학의 발달로 인본주의의 의미가 퇴색해 더 이상 신의 가치나 인간 중심 이데올로기의 의미가 사라질 미래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김영사. 630쪽. 2만2200원.

 

 

 

▲ ·목성균 ‘누비처네’
농밀한 문장으로 엮어낸 수필집

◇누비처네(목성균)

어떤 이는 이 책을 읽고 절필을 선언했다고 한다. 그 동안 ‘글 좀 씁네’하며 여기저기 얼굴 내밀던 자신이 어찌나 초라하게 느껴지는지 한동안 글을 못 쓸 것 같다며. 책 속에는 농밀한 문장과 조탁된 언어, 절절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에 매료 당해 이 책의 포로가 된 독자들이 적지 않다. 수필집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아버지의 강’ ‘국화’ ‘배필’ ‘누비처네’ 등 상당한 편수는 빼어난 소설이다. 인물이 등장하고, 기승전결의 구성이 촘촘하고, 게다가 작가는 종종 전지적 시점으로 글을 풀어 나간다. 작품들을 읽으면 황순원과 정채봉의 소설을 떠올려진다. 그리고 피천득의 수필을 추억할 수 있다. 강옥순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은 이 책을 읽고 ‘책이 주는 충일감으로 오늘 행복하다’며 추천할 정도다. 연암서가. 628쪽. 1만8000원.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