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사회부기자

“관할구역이 다르다고, 바로 코앞의 상수도를 우리는 못쓴답니다.” “실상은 같은 마을인데 물 문제만 나오면 서로 감정만 상해요.”

이달 초 가뭄과 물 문제로 울산 북구 대안동 어전마을을 방문한 취재진에게 주민들이 꺼낸 하소연들이다.

올해 유난히 심각한 가뭄에 상수도가 없는 이곳 주민들은 험난한 봄과 여름을 맞이했다. 계곡수는 마르고 지하수도 거의 고갈단계에 이르면서 흙탕물을 식수로 사용할 지경에 이르렀다. 장마철임에도 찔끔 비에 주민들은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바로 작은 도로를 경계로 갈라진 한 마을의 다른 운명이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 어전마을은 2~3m 도로를 경계로 경주시 관할의 어전마을과 울산 북구 관할의 어전마을로 나뉘어진다.

문제는 경주쪽 어전마을은 상수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반면 북구쪽 어전마을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상수도 인입을 요청했음에도 울산시로부터 “어렵다”는 대답만 들었던 마을 주민들은 같은 처지의 경주 쪽 어전마을의 상수도 공사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경주쪽 상수도 시설을 공동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이마저도 얼마되지 않는 주민들 때문에 울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줄지 주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올해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은 울산시는 대대적인 홍보와 행사로 자축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 경계선에 서있는 어전마을 주민들은 “지금처럼 광역시민인 것이 부끄럽고 억울한 때가 없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말처럼 울산시가 오래전부터 경주 쪽 상수도 인입 공사가 진행돼 온 것을 알고 있었다면 사전에 상수도 공동 이용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늦었지만 울산시가 “준공시점에 맞춰 다시 경주시와 협의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곳 마을주민들이 ‘광역시민’인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준호 사회부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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