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상순 울산MBC 창사50주년 추진기획팀장

울산MBC가 내년에 창사50주년을 맞는다.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특별한 것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고래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만들게 됐다. 울산하면 고래, 콘텐츠하면 VR이 대세라고 판단해 시작을 했는데 실제 바다 속에서 고래를 촬영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고래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 날부터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겼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횟수가 거듭되면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왜 울산 곳곳에서 만나는 고래가 귀신고래가 아니고 혹등고래인가 하는 것이다.

두 달 전쯤 울산시는 울산 방문의 해를 맞아 ‘울산이 부른다’라는 홍보영상을 광고했다. 간절곶과 영남알프스, 울산대교, 울산시가지의 하늘을 혹등고래가 날고 있다. 이번 달에는 울산광역시 승격 20년을 기념하는 홍보영상이 나가고 있는데 이 광고에 등장하는 고래 역시 혹등고래다. 울산뿐만 아니라 KTX 기차 안에서도 이 홍보영상을 봤다.

울산시 남구청 고래특구개발단의 푯말에도 혹등고래가 그려져 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왜 푯말에 혹등고래가 디자인되어 있는지 물었는데 질문을 받은 공무원은 고래라고만 생각했지 그게 무슨 고래인지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위를 피해 남구국민체육센터 수영장에 갔는데 수영장 사용 규칙을 안내하는 대형 플래카드에조차 혹등고래가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모두가 알다시피 울산이 유달리 사랑하는 고래는 귀신고래다. 전 세계 100여종의 고래 가운데 학명에 Korean이 들어가는 고래는 귀신고래가 유일하다. 귀신고래가 새끼를 낳고 이동하던 ‘울산귀신고래회유해면’은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돼 있다.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혹등고래와 귀신고래를 구분하지 못해서 빚어진 일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혹등고래와 귀신고래는 같은 수염고래아목인데다 덩치도 크고 몸에 따개비도 있다. 둘을 비교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가슴지느러미이다. 혹등고래의 가슴지느러미는 전체 몸길이의 1/3에 이를 만큼 길고, 비교적 가는 편이다. 그래서 브리칭(고래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행동)하는 모습이 멋있다. 반면 귀신고래의 가슴지느러미는 짧고 넓고 끝부분이 뭉툭하다. 혹등고래는 턱부터 항문까지 주름이 있지만 귀신고래는 목에만 주름이 있다. 배 전면에 주름이 있다면 이건 혹등고래다.

수중촬영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고래를 촬영하는 것은 행운이다. 고래가 육안으로 보여서 물속에 들어가면 벌써 저만큼 가고 없단다. 그나마 혹등고래는 사람이 가까이 가도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주변에 머물기 때문에 노출 빈도가 많은 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대부분의 고래가 왜 혹등고래인지 설명이 되는 부분이다.

울산은 혹등고래와 별 인연이 없다. 포경산업이 극에 달했던 일제시대에는 참고래와 귀신고래가 주로 잡혔고 해방 후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가 포경을 금지하기 전까지는 밍크고래와 참고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이 고래들이 울산 앞바다에 자주 출몰했다는 것이고 혹등고래는 언급이 없다.

반구대암각화에 그려진 고래 그림을 보고 전문가들은 이 고래가 어떤 고래인지 단면에 알아본다. 단순한 선 깎기 기법으로 그렸지만 고래의 특징을 잘 살려 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래관광 활성화를 위해 울산시남구청이 만든 ‘내손안에 장생포’라는 앱에는 그런 재미가 없다. 이 앱의 대표 이모티콘인 파란 고래는 코가 인간의 코와 같은 위치에 있다. 고래는 포유류다.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위로 올라와야 한다. 가장 빨리 숨을 쉬는 방법은 고래의 코, 바로 분수공이 머리 위에 있는 것이다. 또 파란 고래는 이빨고래인지 수염고래이지 구분이 안 간다. 울산을 상징하는 귀신고래는 수염고래아목이다.

장생포 고래관광특구에 5D 입체영상관이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귀신고래가 등장한다. 귀신고래와 혹등고래가 어떻게 다른지 유심히 살펴보라. 울산의 대표 고래는 자주 노출되는 혹등고래가 아니라 바로 이 귀신고래다.

홍상순 울산MBC 창사50주년 추진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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