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세대의 대학 생활을 떠올리면 마이티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스페이드 에이스를 마이티 패라 하여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패로 쓰는 카드 게임이다. 정보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암호다. 금융 기관이나 정부 기관의 해킹 소식과 함께, 지난 해 북한의 몇 번 지속된 미사일 발사 실패가 미국의 해킹 때문이었다는 보도도 있어 암호는 우리 생사가 달린 문제인 듯하다. 암호에 마이티 같은 패가 있을까. 그것 하나면 암호가 다 뚫리는.

양자 컴퓨터. 양자란 에너지 또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다. 따라서 양자계는 미시세계로 일반의 물리 현상과 매우 다른,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양자현상이라 한다. 이 양자현상을 이용한 컴퓨터가 양자 컴퓨터인데 이론을 넘어 실제에 가까워지고 있다. 0과 1의 이진법 ‘비트’ 연산을 하는 디지털 컴퓨터와는 달리 양자컴퓨터는 양자현상의 특징인 선형성과 양자 얽힘으로 0과 1 사이의 임의 수를 양자 상태의 신호로 쓰는 ‘큐비트’ 연산을 한다. 양자 얽힘은 물리학의 인과율과 배치된다고 하여 아인슈타인이 끝까지 강한 불만을 표현한 이론이기도 하다. 양자현상을 이용한 양자컴퓨터의 계산 방법은 디지털 컴퓨터의 그것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는 첫 예가 양자 소인수 분해법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암호체계는 RSA암호 체계이다. 지난 40년간 사용된 이 암호체계는 엄청나게 큰 자리수의 소인수 분해는 매우 어려우므로, 굉장히 큰 수를 암호키로 해 해킹을 어렵게 한 암호 체계다. 그런데 1994년 MIT의 수학자 쇼어가 만든 양자 소인수 분해에 의하면 RSA암호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라 하여 모든 계산을 다 손 쉽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계산은 디지털 컴퓨터에서도 해결하기 힘들고 양자 컴퓨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미국 국가안보국에서 양자컴퓨터의 등장으로 정보보안 체계가 해킹될 수 있으니 양자내성암호를 만들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매우 불안정한 양자상태를 이용한 양자 컴퓨터의 출현은 요원한 일로 여겨졌으나 이제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산은 오르라고 있는 것인가. 울산대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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