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빈방 등 활용 관광자원화
체계적 관리·지원도 뒤따라야

▲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일본 여행을 가면 민박을 많이 이용한다. 일본 민박집은 시골길에서 흔히 만나는 가정집에 달랑 간판 하나가 달려 있을 뿐이다. 이들 민박집을 이용하게 되면 작은 욕실에서 피로를 풀고 다다미 방에서 자게 된다. 아침식사는 집밥이다. 소박하지만 맛깔 난 정성이 들어 있다. 유럽 농가민박도 비슷한데 그 집안 전통 음식으로 아침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민박은 여름철 바닷가나 유명관광지에서 몰려 있다. 바가지요금이 먼저 떠오르는 숙박지다. 그마저 요즘은 인기가 별로 없다. 민박집도 많이 줄었다. 교통이 발달하면서 시골가까이까지 펜션을 비롯한 숙박시설이 생겼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시골집하면, 어릴 적 외할머니댁을 떠올린다. 마당에서 뛰어놀고 할머니가 해주시던 밥을 먹었던 기억들이 아련할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외가는 아파트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시골집에서 잠잘 기회조차 거의 없다.

관광산업의 정점은 숙박을 통해 오래 머물게 하는 데 있다. 요즘은 편안한 잠자리보다 특색 있는 잠자리를 많이 원한다. 외할머니가 계실 것 같은 농가민박이 새로운 관광자원이자, 지역을 알고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농촌에는 빈집도 많지만 자식들이 출가하고 나서 빈방들도 많다. 전원주택 붐이 일어 서구식으로 지어놓은 넓고 깨끗한 집들도 많다. 여유 방을 도시민들에게 빌려주고 다음날 아침 시골밥상을 차려주면 농촌 향수와 인심을 느끼게 하는 새로운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마을 문화유적이나 당산나무, 골목길, 계곡 등 마을 주변과 주변 마을까지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느린 관광, 휴먼관광이 따로 없다.

농촌 어르신들은 아들·손주 같은 관광객들과 더불어 지내며 적적함도 달래고 경제적 도움도 얻을 수 있다. 고요하기만 한 시골마을에 활기도 넘치게 된다. 더 나아가 농가에서 생산된 특산물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재방문율도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고 아무 대책없이 허용할 일은 아니다. 농가민박지원조례 등으로 지원과 관리를 해야 한다. 우선 대상은 가족농업을 하는 농가로 제한해야 한다. 등록과 교육은 의무적이어야 한다. 민박객들이 머물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의 확보는 물론이고 아침으로 제공되는 식재료는 로컬 푸드로 제한해야 한다. 직접 농사 지은 제철음식, 혹은 전통음식이면 더 좋다.

샤워시설이나 기초적인 수리에 대한 지원도 이루어져야 한다. 숙박에 따른 영수증 발행과 세금 등의 부수적인 일이 생기므로 마을 단위의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형태도 필요하다. 요금 또한 비수기와 성수기 요금이 명확하게 정해지도록 해야 한다. 저녁이나 점심은 민박에서 지원하지 않는 원칙도 필요하다. 인근 식당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단위별로 공동목욕탕을 건립해서 민박 온 손님이나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게 하는 것도 쾌적한 삶을 위한 권리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행정기관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시스템을 구축하고 담당자를 배치하면 농가민박이 ‘관광도시 울산’의 효자노릇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같은 민박이 활성화되면 다른 상품과 연계를 통해 또다른 문화산업 육성도 가능하다. 일본처럼 소소한 마을축제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재방문이 이뤄지고 축제도 활성화될 것이다. 마을별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관광객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관광지하면 유명한 곳부터 생각한다. 이제는 그 고장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만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울산은 산업도시 이전에 농어촌도시다. 살아있는 자연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 농가민박이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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