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자본가·평범한 소시민 의미
사회문제에 참여하려 하지 않고
자기 보신만을 추구하려는 경향

▲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장

사전적 의미로서의 쁘띠 부르조아(이하 ‘쁘띠’)는 ‘소규모 사업체의 소유자, 독립기능공, 장인 등의 계급’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소농 등을 포함해 사용되기도 한다. 마르크스는 쁘띠가 자본주의 경쟁과 경제 집중의 압력 때문에 결국 노동계급으로 전락, 계급 양극화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숙련공으로 고용되는 기능공, 장인층에게만 일어났다. 다른 소규모 자영업은 매뉴팩처 산업이 증가함에 따라 사무직, 서비스업으로 밀려났지만 절대적인 숫자는 유지되었다. 이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값싸고 수준 낮은 기술, 비 기계화된 경제가 갖는 효율성과 자발적인 가족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이 계급은 자본주의에서 드문, 높은 수준의 가족적 유대를 가지고 있다. 이 용어는 때로 점원, 외판원, 공무원을 포함한 하위 중간 계급을 가리키고 교양, 청결, 동조, 성적 억압 등에 관심을 집중하는 공통의 문화를 갖는 것을 나타내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다소 고전적 의미의 쁘띠는 플란짜스(Poulantzas,1975)와 같은 네오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따르면 정신노동(사무직 노동자)과 감독기능의 노동은 노동계급에서 제외되어야 하며(비록 이들이 때로 잉여가치를 생산한다 해도) 또한 전통적인 부르조아의 일부로 보아서도 안된다고 한다. 생산수단을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플란짜스의 관점에서 이러한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보편적인 노동계급에 오히려 적대적이며 전통적인 쁘띠를 선호하며, 노동과 자본사이에 걸쳐 있다고 한다.

즉, 직역하면 흔히 ‘소시민’이라 불리는 쁘띠는 근대사회가 발달하면서 일부는 상류층인 부르조아로 신분상승을 했지만 그러지 못한 소시민 계층은 산업자본주의 단계에서 자본과 임금노동의 관계가 확립되자 사회변혁의 일익을 담당했던 이전의 성격을 앓고 자본주의 발전에 반발하면서 자기 보신적이고 반동적인 태도를 강하게 취하게 된다.

현대에서 이러한 소시민 계층은 소(小)기업주, 자영 점포상인, 독립자영농민, 자유업자, 지식인, 직업인, 공무원, 예술가 같은 중산층을 일컫는데까지 의미가 확장되었다.

마르크스 이론에서는 부르조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이분법으로 사회계층을 나누는데 프롤레타리아 중 상층부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있고, 어느 정도의 경제적 안정을 누리기 때문에 사회문제에 참여하기 보다는 자기 보신만을 추구하는 계층이라는 뜻의 경멸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 혁명사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자칫 이러한 계급은 소위 사회 변혁기나 혁명사에서 오히려 민중을 억압하는 소위 ‘완장계급’으로 출현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필자가 이렇듯 장황하게 서두를 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서 사회 경제가 안정된 상황에서도 다소 냉소적이기 쉬운 대자본을 획득하지 못한,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갖춘 쁘띠 계급은 특히 경제 상황이 무너지거나 정치적 혼란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선의의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도 있지만 기초적인 생계가 막막해지면 폭동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은 찻잔속의 태풍과 같다. 튼실하지 못한 경제구조 속에서 이유 없이 주식이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신규 사업을 펼치기보다는 사내유보금을 더욱 확충하고 있고, 일반 서민 경제는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를 피부로 감지, 소비에 대단히 신중하다. IMF보다 더 큰 위기가 또 다시 서민의 삶을 파탄으로 몰아 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주식호황의 뒷면에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언제고 이 불안은 주머니속의 칼처럼 실제로 우리의 허벅지를 찔러 댈지도 모른다. 이미 헤어 나오기 힘든 하층민으로 전락한 계급이나 돈이 돈을 벌어 들이는 자본의 상층부 계급은 실제 어떤 상황에서도 그 위치가 크게 오르거나 전락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허리 위치에 있는 쁘띠 계급은 위기 상황 속에서 극한 이분법의 상황에 놓이기 쉬울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 구조를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살펴 처방전을 만들어야 한옥의 배흘림 기둥같이 허리가 매끈하고 유려한 경제구조, 사회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위정자들과 대 자본가들에게 고하느니 어느 TV 선전문구처럼 이러다 잘못되면 “피똥 싼다.”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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