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 울산 중구청장

1997년 울산은 경상남도에서 독립해 대한민국 6번째 광역시로 승격했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시행된 이후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개막한 도시가 우리 울산이다. 이제 청년기에 들어서고 있는 울산과 지방자치는 각각 4차 산업혁명과 지방분권 개헌을 준비하는 역사적 경계에 서 있다. 이즈음 226개 시장, 군수, 구청장들의 협의체인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회장에 선출된 것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방자치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수행할 청년의 패기와 저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방자치의 도입은 지역 주민의 주권의식 향상, 삶의 질 개선 등 주민자치를 성장시켰고, 도시와 농촌의 각 지역들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왔다. 나아가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각 지역의 창의성 있는 우수 시책들이 지역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확장되는 등 긍정적 기능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도 ‘진정한 지방자치’로 가는 길은 일선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구청장의 입장에서 볼 때,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현재의 지방자치는 ‘2할 자치’로 일컬어진다. 지방자치가 20년이 지났지만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은 여전히 8대2의 열악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보육문제와 기초연금문제 등 복지시책에 대한 지방비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어 지방재정의 악화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지방이 자율적으로 추진해야할 사항에 대해서도 상위 법률의 근거 없이는 관련 조례 하나조차 제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중앙집권적 제도와 관습이 지방자치행정을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있게 만들어,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지방자치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시군구 기초자치’의 경우는 이런 상황이 더 열악하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 단위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또는 광역단체 위주의 제도적 굴레 속에서 여전히 그 역량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 가족 수와 심지어 수저 개수까지 파악하고 있는 일선행정기관인 기초자치단체에 더 큰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

현재 시군구 자치의 당면 문제들을 개선하려면 우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 수준까지 올리는 등 재정확충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시군구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사무는 중앙정부 또는 광역단체로부터 그 권한을 대폭 이양하되, 소요 재원까지도 함께 이전해야 한다. 지역 실정에 적합하도록 조례 등 자치규범이 만들어지려면 자치입법권이 확대되어야 하며, 시군구의 주요 현안을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자치조직권 강화 및 행정자율성 제고의 방안도 반드시 모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논의는 새 정부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개정을 약속한 바 있다. 시군구 차원의 지방자치권이 보다 큰 틀에서 체계적·안정적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헌법의 개정을 통해 ‘지방분권형 국가’로 반드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는 지난 28일 서울에서 민선6기 4차년도 공동회장단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는 지방분권 개헌 추진, 지방분권추진기구 및 기초 단체가 참여하는 중앙-지방 협력회의 설치, 지방교부세율 인상 등 지방재정 실질적 확충, 자치입법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10개의 지방 주요현안을 논의했다. 또 논의된 내용을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직접 건의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풀뿌리 지방자치는 시군구 기초지방자치가 국가질서 내지 국정 운영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제대로 자리매김 할 때 큰 힘을 갖는다. 지역의 발전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으로서 지방분권 개헌 등 지방자치의 주요 과제들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때까지 전국 226개 기초단체의 힘을 결집하고 더욱 가까운 곳에서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것이다.

박성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 울산 중구청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