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혜 기자 경제부

최근 석 달여 간 취재차 만난 울산의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하는 공통된 이야기가 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에게 울산은 정주여건이 그다지 좋은 편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몇 년 사이 정년을 채워 혹은 정년을 남겨두고도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퇴직해 은퇴자들의 생활은 점점 더 여려워져만 가고 있다.

울산에서만 40년 가까이 조선업 관련 일을 해왔다는 한 퇴직자는 “비슷한 시기 함께 중공업을 퇴직한 동료들 중 많은 수가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떠났다. 남은 사람들도 퇴직 후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안정적인 노년생활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베이비부머도 경제활동을 멈출 수 없는 시기다. 실제로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벌인 한 설문조사에서도 은퇴 후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60%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울산에서 퇴직한 이들이 재취업하기란 쉽지 않다. 창업여건도 좋지 않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2분기 울산의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청년층을 제외한 연령대에서는 실업률이 전년대비 크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울산의 신설법인도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창업열풍이 불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이유로 안정적인 주거환경과 교육, 직업을 찾아 울산을 떠나는 인구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울산을 떠난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인구감소 원인 1위는 주택(3864명)이었고, 2위가 교육(2810명), 3위가 직업(1633명)으로 조사됐다. 울산의 전체 인구는 지난 6월 말 기준 116만7000여명으로 지난 2015년 11월 120만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하락세다.

울산의 인구유출 추세가 심상치 않다. 인구는 한 도시의 명운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지표이자 도시의 경쟁력이다. 앞으로도 수년간 대규모로 쏟아져 나올 은퇴자들의 울산 이탈을 막으려면 주거와 일자리 문제 등 정주여건을 개선해 이들이 머무르게 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서정혜 기자 경제부 sjh3783@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