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참모와 협의했으나 발언 자체는 트럼프 작품…美정부 ‘톤다운’ 시도

“트럼프 발언, 그대로 해석하면 안돼…’화염과 분노‘가 반드시 핵은 아냐”

▲ '화염과 분노' 발언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백악관 참모들도 화들짝 놀라 진화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겨냥한 군사행동을 경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뒷수습을 하느라 바쁜 모양새다.

9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들을 비롯한 백악관 보좌진들조차 전날 ‘화염과 분노’ 발언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도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미 행정부 관료를 인용해 외교정책과 군사 분야의 참모들도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한 고문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백악관 내 다른 관리들도 사전에 그 발언을 할지 알지 못했다”며 이번 경고가 계산된 발언이 아닌 즉흥적 언급이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발언 당시 트럼프 대통령 앞에 놓여있던 한 장짜리 문서가 북한이 아니라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남용 문제에 관한 보고서로 확인됐다며, 이를 근거로 그의 발언을 “완전히 즉흥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 괌 포위사격 위협하는 북한.

다만 논란의 발언 자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창작한 것이지만 북한의 위협을 어떤 수위로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미리 주요 참모진과 충분히 상의했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고문들을 만나 대북 메시지의 표현 수위를 올리기 위한 전략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더욱 공격적이고 명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복수의 백악관 참모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켈리 비서실장에게 북한과 관련, 더 공격적인 톤의 발언을 하고 싶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고 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켈리 비서실장과 다른 국가안보회의(NSC) 멤버들도 대통령 성명이 나오기 전에 어떤 톤이 될지 잘 알고 있었다”며 “단어들은 대통령 자신이 고른 것이지만 메시지의 톤과 강도는 사전에 협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습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그럼에도 일반적인 미 대통령의 외교적 수사를 벗어난 강렬한 표현으로 국제적으로 충돌 우려가 증폭되자 트럼프 행정부와 백악관 인사들이 앞다퉈 톤다운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전날 귀국 도중 북한의 ‘타깃’이 된 괌에 들러 기자들과 만나 “임박한 위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밤에 편하게 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장된 표현에 대해선 “김정은 위원장이 이해하는 언어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그가 외교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백악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WP에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TV를 보고 ’핵위기가 고조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화염과 분노‘가 꼭 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마치 불안정한 미친사람으로 여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 행정부의 한 관료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조건에서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된다면 그들이 우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조건부 대화의 문을 열어놓기도 했다고 WP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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