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결여된 변명은 사태만 악화
진솔한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 필요
사과를 빙자한 변명은 추한 모습일뿐

▲ 최건 변호사

형사 사건을 변호하는 경우에 필자는 종종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피고인들에게 재판부에 반성문 내지는 진술서를 제출하라고 권유한다. 변호인이 아무리 ‘피고인이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진실로 참회하고 있다’고 변론요지서에 기술하거나 법정에서 변론하더라도 피고인이 직접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담당 재판부에는 보다 반성하는 모습으로 보여질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피고인 중 일부는 ‘반성이 아닌 변명’을 하는 경우가 있다. 시작은 ‘죄송합니다’이나 내용은 전혀 다르다. 자신의 성장환경을 구구절절이 쓴 다음 자신은 성실히 살려고 했으나 사회 환경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 거기다가 범죄의 피해자 역시 책임이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면서 끝 문장은 다시 ‘반성합니다’로 마무리한다. 필자는 다시 쓰거나 차라리 제출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범행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반성이라고 보이지도 않으며 자칫 재판부에게 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피고인의 변호인조차 반성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데, 담당 재판부가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보지도 않을 것이고 양형에도 참작하지도 않을 것임은 당연할 것이다.

얼마전 포털 사이트는 김학철 충청북도 도의원 기사로 도배된 바 있다. 충청북도에 많은 비가 내려 물난리가 났음에도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났던 도의원 중 한명이다. 사실 지역구에 자연재해가 발생하였음에도 해외 연수를 떠나 비판을 받았던 정치인들은 한두 명이 아니고, 그는 연수를 떠난 4명 중 1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국민들의 공적(?)이 된 이유는 그가 모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비판이 부적절하다며 “무슨 세월호부터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레밍의 주체가 그가 말하는 언론이든, 국민이든 관계없이 매우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선출직이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그 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여론의 많은 질타를 받은 상태에서 필자가 굳이 위 발언을 다시 비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가 항변하는 내용(지방의회 의원들의 처우, 해외 연수의 적절성) 역시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사건과는 무관한 내용이므로 달리 지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필자가 드는 생각은 진정성이 결여된 쓸데없는 변명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귀국 후 자신의 SNS에 A4지 11장 분량으로 사과글을 올렸다. 자신의 어려운 성장 환경과 대학 진학, IMF, 이혼 과정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자신이 진짜 서민이라고 항변한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청렴(?)하고 강직한 사람인지를 호소한다. 그러면서 도의회 의원들이 6급 공무원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고 있고, 망신당할까봐 음주운전도 하지 못해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십일조 내듯 1~2만원을 준다며 지방의회 의원들의 처우와 처지를 호소하기도 한다. 또한 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국회의원, JTBC를 싸잡아 비판한다. 그리고 레밍이란 말에 분노하였으면 레밍이 되지 말라며 함께 공존하고 살길을 찾자고 일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글의 마무리는 ‘진심으로 사죄합니다’이다.

잘못했다고 생각했으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진솔하게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지면되고 만약 자신이 억울한 피해자라고 생각된다면 그냥 조용히 있으면 된다. 사과를 빙자해서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모습이 더 추하다는 것을 아마 모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건 변호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