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기 원자로 인근서만 작업...철재자재 녹슬고 빈터엔 잡초

▲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결정이 내려진 지 한달이 됐다. 공사현장에 적재된 공사자재들이 방수천으로 덮여있다. 이창균기자 photo@ksilbo.co.kr

5호기 원자로 인근서만 작업
철재자재 녹슬고 빈터엔 잡초
일자리 잃을까 근로자들 불안
일시중단 지원 소외 상인 불만

지난달 14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한 지 꼭 한달이 지났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현장은 활기가 사라졌고, 근로자들의 얼굴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어두웠다. 근로자들은 편의점에서 술을 산 뒤 숙소에서 마시는 식으로 지갑을 닫았다.

숙박업소들은 이미 공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그나마도 공사가 완전히 중단될 경우 문을 닫아야 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뒤늦게 숙박업에 뛰어든 업자들은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 상황이 더욱 절박하다. 일부 업자는 목돈 마련이 힘들어 장기계약한 근로자들의 보증금도 갚지 못할 전망이다.

사정이 어렵기는 식당업주들도 마찬가지다. 공사 중단 이후 협력업체들의 회식이 사라지고 수입이 감소한 근로자들마저 씀씀이가 줄어 사실상 저녁 장사는 접었다.

◇근로자들 불안감 팽배

한수원은 지난달 14일 공사 일시중단 결정 이후 5호기 원자로 건물의 마지막 기초작업을 제외한 모든 공사를 중단하고 현장 점검, 기자재 세척, 방청 및 포장 등 특별 안전조치를 수행하고 있다. 20%가량 되는 근로자들이 현장을 떠났지만 아직도 매일 800여명이 출근하고 있다.

작업중인 인력은 대부분 5호기 원자로 주변에서만 눈에 띄었다. 80명이 채 되지 않는 이들은 안전발판 위에서 마무리 기초작업에 한창이었다. 나머지 근로자들은 배수로를 파거나 야적한 자재들이 녹슬지 않도록 방청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동이 불가능한 대형 크레인 10기는 모두 제자리에 멈췄고 오가는 차량도 없었다. 현장 주변에는 장마에 대비해 철근 자재 등을 덮은 푸른색 방수천 무더기가 늘어서 있었는데, 일부 철재 자재는 군데군데 녹이 슬기도 했다.

점심 식사를 위해 모인 근로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용접공 박순철씨는 “공론화기간 동안 야근과 주말특근이 사라져 임금이 30~40% 정도 줄어든다는데 그나마 제때 지급될지 몰라 불안하다”며 “4~5년간 일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다른 일자리를 마다하고 찾아온 만큼 백지화가 될 경우 정부가 일자리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중단 이후 첫 임금지급일인 15일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일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상작업 당시와 달리 일시중단 이후는 날마다 투입된 인원을 계산해 임금을 지급하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시공사 측은 14일께 한수원이 대금을 입금하면 업체별로 16일부터 정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상인들도 울상

일시중단에 따른 지원책이 현장 근로자에게 집중되면서 상인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임금 등 손실보전을 받지만 상인들은 일시중단에 따른 영업손실 보전책이 전혀 없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휴가철을 맞아 일주일가량 문을 닫았던 식당 가운데 아직까지 영업을 재개하지 않는 업소도 수두룩하다.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 문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연 서생면식당협의회장은 “아직 일부 근로자들이 남아 있어 업소들이 문은 열어놓고 있다”면서 “혹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협의회 차원에서 매출 관련 조사를 했지만 큰 기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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