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발생한 대규모 단수사태는 어설픈 상수도 행정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수관로 파열에서부터 수돗물 공급 중단, 단수안내, 복구작업 및 급수재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일 처리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4시42분께 울산시 남구 두왕사거리 인근 상수도 송수관로에서 누수가 발생해 도로 일부가 침수되고 이튿날 오전 6시부터 단계적으로 급수가 재개될 때까지 3개 구·군 수십만 가구가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럼에도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는 사고발생 4시간이 지나서야 시민들에게 단수 안내문자를 보냈다. 휴일인 광복절에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시간대 때늦은 안내로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이다. 시민들이 사고 자체 보다 ‘지각 대응’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고발생과정에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회야정수장 수계관 연계관로 사업’ 현장으로 송수관로 파열사고가 난 남구 두왕동 도로 일원에서 일주일 전부터 물이 새나왔다는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마디로 예견된 사고라는 것이다. “지난 12일 관로접합 공사 이후 임수통수 때는 관로에 이상이 없었지만 15일 내린 비로 인해 지반침하가 발생, 이음부에 틈새가 발생해 누수가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는 울산시의 주장과는 상반돼 정확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급수재개 과정도 문제다. 회야정수장에서 물을 공급받는 남구 삼산동·달동·야음동·신정동, 동구 전하동, 북구 염포동, 울주군 온산읍 등지의 주민들은 급수가 재개될 때까지 씻지도 못한채 큰 불편을 겪었다. 대중목욕탕과 식당 등도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은채 물만 기다렸지만 급수재개와 관련한 안내문자는 없었다는 것이다. 15일 오후 8시30분께 4개 구군 일부 지역에 단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이 전부였다. 일부 지역은 16일 오후 늦게까지도 정상적으로 급수가 이뤄지지 못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경주 지진, 태풍 ‘차바’ 등 대규모 재난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신속한 조치가 가능한 시·도 지자체가 긴급재난문자를 직접 발송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에 꾸준히 개선을 요청, 지난 달 말 송출권한 이양 결정을 이끌어냈다. 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 하루를 앞두고 발생한 단수사태에서의 ‘지각문자’가 이어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울산시의 효율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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