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은 애초에 울산시의 요청으로 시작된 일이 아니다. 2011년 지식경제부는 1조2000억원을 들여 20만㎡의 부지에 산업기술문화공간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때 울산시민들이 염원을 모아 유치에 나섰고, 결국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끈 울산에 건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에 굴복해 울산에 내준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경제성이 떨어지고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필요성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건립무산을 결정한 것은 논리적으로도 터무니가 없다.
먼저 경제성을 따져보자. KDI에 따르면 비용 대비 편익(B/C)이 0.16(기준 1)에 그쳤다. 지방도시에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을 두고 경제성을 따져 건립유무를 결정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그 조사방법도 수긍하기 어렵다. 조사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편익항목 산정에 사용된 CVM(Contingent Valuation Method 조건부가치측정법) 방식의 설문조사다. CVM은 5년간 추가적인 소득세 지불의사를 묻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국립산업박물관을 울산에 지으면 5년간 세금을 더 낼 수 있겠느냐, 있다면 얼마를 더 내겠느냐’고 묻는 것이다. 문제는 설문대상자가 전국민이라는 것이다. 시도별 가구수 비율로 대상인원을 책정하기 때문에 1000명의 설문대상자 가운데 울산시민은 19명에 불과했다. 조사결과 지불의사가 없다는 응답이 693명이나 됐다. 물론 CVM방식의 조사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질문에 앞서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의 필요성과 건립장소가 울산이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전제돼야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울산시는 KDI에 질문지 공개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질문지를 공개 못하는 이유가 무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균형발전 측면에서 필요성이 낮게 나왔다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울산의 발전정도가 서울에 이어 2위라는 것이 KDI가 제시한 이유다. 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박물관 건립과 관련한 균형발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울산은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국립 시설이 하나도 없는 도시다. 울산의 문화지수는 전국에서 꼴찌에 가깝다. 우리나라에 산업기술박물관을 짓는다면 울산에 지어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제조업에 치우친 도시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울산사람들에게 있어 지난 60여년간 공업도시로서 경험해야 했던 수많은 희생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정부 들어 100일만에 그 기대는 산산조각났다. 이같은 결정을 수긍할 울산시민은 거의 없다. 재추진을 강력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