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배 시인 첫 시조집 ‘과녁’
교육자에서 작가로 새 삶 도전
차별화된 글로 늦은 출발 만회

 

‘멀고 지루한 길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정처 없이 홀로 걷는 것 같았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길을 잃은 화살이 될 것 같았다. 목표를 향해 다가가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으면 과녁에 정확히 명중한다는 믿음이 힘이 되었다.’
 

 

201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시조) 당선작가 김장배(78·사진) 시인이 첫 시조집 <과녁>(목언예언)을 냈다. 약사이자 교육인이었던 그에게 작가로서의 삶을 열게 한 표제작을 비롯해 80여 편의 작품이 실렸다.

‘삶도 한낱 무예일까 날과 기도 무딘 지금/펄펄하던 지난날이 초점을 흐려놓고/빗나간 화살 한 대는 행방마저 묘연하다’(‘과녁’ 부분)
 

그는 어릴 적 가난해서 ‘밥 먹는’ 직업으로 약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늘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그런데 글을 쓰니 자신의 내면이 끓어올랐고, 이를 정제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이다. 하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더 부지런히 시조를 썼고, 3년 안에 시조집 2권을 내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이미 절반 이상 지켜냈다.

‘연두색 이파리가/꽃보다 고왔는데//어느새 떠날 채비로/연지곤지 찍은 뒤태//창 밖엔 마른 빗소리/침이 되어 꽂힌다’(‘황혼 아내’ 전문)
 

‘문갑 위에 띄워놓고 시심을 맑혀 가면/격자창 창호지에 젖어드는 뱃고동 소리/어설픈 투망질로도 푸른 별을 낚는다’(‘달을 건지다’ 부분)

민병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은 작품해설에서 “지금은 자기 생각의 해소만을 위해 시를 쓰는 아마추어리즘 시대가 아니다. 시인은 독자가 선택을 하는데 혼란스럽지 않을 차별화 된 의식과 가치덕목을 지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 시인의 보법은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낯선 길 위로 여러 해 뒤뚱거리며 걸어왔다. 하지만 멀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시조가 지난 품이 너무 넓고 깊었다. 아직도 마뜩한 이정표를 발견하진 못했지만 멈추지 않고 묵묵히 가리라 다짐해본다.” 시조집 첫 장에 밝힌 ‘시인의 말’이다.

김장배 시인은 동신학원 울산제일고등학교 설립자 겸 이사장이며, 울산시 교육위원회 의장을 4회 연임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국제시조협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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