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대비한 ‘을지연습’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부분에 아쉬움
국가안보에 경험 중시 실학정신 필요

▲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지난 21일부터 4일간 을지연습(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비상대비자원관리법’에 근거한 이번 훈련은 정부 및 공공기관과 법으로 정한 인력·물자 및 업체를 중심으로 도상연습과 실제훈련으로 구분해 실시되었으며 북한의 장사정포, 미사일 공격 등에 대비한 민방공 대피훈련 외에도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원전지역과 산업단지, 식수원 및 문화재, 국가기반·연구시설 등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과 기관별 특성에 맞는 훈련과제를 선정해 전반적으로 위기대응능력을 키우는 실전과 같은 훈련이 되었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이다.

하지만 언론보도를 보면 한반도의 긴장감과 함께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임에도 민방공훈련 시 도로와 차량은 통제된 반면 다수의 시민들은 대피 행동과는 무관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등 시민적 관심과 참여가 미흡하였으며, 이로 미루어볼 때 행정관청의 사전 홍보는 물론 훈련현장 통제 또한 부족함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지하철에서도 각 역과 열차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시·재난상황에 대한 대응 및 조치훈련과 더불어 지난 22일에는 4호선 사당역에서의 독가스·폭탄 공격 상황에 대비한 훈련에 있어 군과 경찰, 소방, 의료 등 관련기관의 유기적인 협조체계 가동과 신속한 출동 및 상황 조치로 실전적인 훈련이 되었다는 언론의 호평을 받은 바 있으나 실제로 훈련 상황 및 조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따라주는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예리한 지적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을지연습 때에만 대피훈련을 할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대피소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지진, 테러 또는 전시에 사람들이 대피하는 곳이 안전한지, 각종 시설에 비치돼 있는 방독면과 재난대비용품들은 제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도 귀담아 들어야할 귀중한 충고일 것이다.

물론 대북 및 외교적인 판단과 영향 등 여러 사정에 대한 고려도 있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군사적 위협과 사회적 위기감 고조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평가와는 달리 시민사회와의 일체감 형성에는 부족함이 많았다는 것이 올바른 지적일 것이다.

을지연습의 목표는 전시·사변 또는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해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통제·운영해 군사작전을 지원하고, 전시 정부기능으로 국민방호와 생활안전대책을 강구하면서 전쟁지속능력을 유지시켜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있다 하겠다. 하지만 국민들은 ‘위기’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내가 해야 할 ‘구체적인 위기대응’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참여나 실천적인 행동으로 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번 훈련을 통해 얻은 ‘국민적 깨달음이자 신중히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본다.

문득 재난이나 국가안보에 있어서의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접근을 생각을 해보았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을 통해 정확한 판단과 해법을 얻는 ‘실사구시’의 지혜, 현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실학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위기와 재난 대응에 있어서의 실사구시는 사상이나 이론적인 개념이 아니라 반드시 현장에서의 반복적인 훈련과 집단지성을 통한 다각적인 검증을 거쳐 정립되어야 할 것이며 유사 시 실시간에 실전적으로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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