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적립금 2023년 바닥 전망
보험료 추가 인상 국민부담 불가피
사회적 동의얻어 점진적 시행 필요

▲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지난 8월9일 정부가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이 보장한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을 발표했다. MRI, 초음파 등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2022년까지 급여화하고, 현재의 2·3인실의 경우 2018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수술 등으로 입원한 환자가 간병이 필요하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2022년까지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병상을 확대하고, 노인과 아동, 여성 등 경제·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필수적 의료비 부담을 대폭 완화한다. 중증 치매환자는 산정특례 적용해 본인부담률을 10%로 대폭 인하하며, 노인 틀니와 치과 임플란트의 본인부담률도 현행 50%에서 30%로 인하한다.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입원진료비 본인부담 경감을 현행 6세 미만 입원진료비 10% 부담에서 15세 이하 5% 부담으로 오는 10월부터 확대하고, 4대 중증질환에 대해 한시적으로 시행하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모든 질환에 대해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실로 엄청난 혜택이자 정책임에 틀림없다. 의사인 필자의 입장에서도 파격적인 의료와 복지서비스이다. 정말 큰 부담없이 이렇게만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선진국을 다녀온 경험을 가진 필자는 항상 선진국의 복지정책이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의료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크게 우려되는 것은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재정내용과 2022년 이후의 재정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20조원인 건강보험 적립금 중 일부와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겠다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3년이면 바닥날 전망이다. 결국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하는데, 정부는 지난 10년간 인상률(연 3.2%) 수준을 생각 중이지만 보장 범위가 확대되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다.

병의원은 지금까지 비현실적으로 낮은 의료수가를 비급여 진료를 통해 그나마 보충해 왔지만 비급여를 모두 없앨 경우 의원의 3분의 1가량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는 비급여 부분에 대한 원가 보상과 적정 수가만 보장된다면 전면 급여화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 체계로는 실현 불가능한 얘기일 수 있다는 우려로 반발하고 있다. 2000년 준비없는 의약분업 때문에 이듬해 건강보험료를 20% 올린 적이 있다. 2023년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필자로서는 이번 발표된 노인 및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성 확대 정책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르신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으며 오히려 심한 역차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해 현재 2만3000병상에서 22년 10만병상까지 서비스를 확대, 간병환자에게 충분히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빠져있다.

중증치매환자의 경우 6개월 입원 시 총 본인부담금이 1559만원인 것이 150만원으로 90%가 감소(이중 대부분이 간병비 비급여부담이 줄어드는 것)하는 것으로 발표했지만 중증치매환자의 경우 입원은 결국 요양병원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는 간병비가 비급여로 남아있어 이러한 혜택이 전혀 없다. 요양병원의 간병급여는 급성기병원보다 더 시급하고 필요한데 지금까지 보류해 왔던 것은 결국 재정의 문제였다. 이번에도 우선순위에서 빠져있다.

실제적으로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정책이지만 내부를 볼 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생각이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한곳을 떼어서 한곳을 메꾸는 식의 보여주기 위한 정책은 오래가지 못한다. 현재 원전건설 중단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고 점차적인 진행이 필요한 것인데 정부가 5년내 모든 것을 마무리 하려고 서두르는 순간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을 보면서 우려와 불안이 기우이기를 소망한다.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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