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프로 불편러는 사회정의 내세우지만
개인의 분노 쏟아내는 악플에 불과

▲ 최건 변호사

최근 ‘프로 불편러’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PRO+불편+ER이 합성된 정체불명의 단어다. ‘쓸데없이 흠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사회통념상 전혀 문제될 것이 없고 별 의미없는 단순 표현이나 현상을 쓸데없이 과대해석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할 목적을 가지고 인터넷 커뮤니티나 포털사이트의 댓글에 “이런 것은 나만 불편한건가요?”라고 올리는 사람들을 비꼬는 의미에서 탄생된 말이다. 실제 인터넷 기사 특히 연예 기사의 댓글에서는 ‘누구누구 나만 불편한건가?, 누구누구는 반성하세요’라는 글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외국에서도 ‘CRY BULLY’ ‘SOCIAL JUSTICE WARRIOR’ 등이 있는데 모두 프로불편러라는 단어와 유사한 의미를 갖고 있다. 단순 악플과 구분되는 것은 나름 사회 정의라는 명목을 붙여서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다.

프로불편러들은 온라인에 특히 많다. 특정인의 별 의미 없는 말이나 행동을 침소봉대,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지레 판단해 악플을 달기도 하고, TV 오락프로에서의 특정인 발언을 문제 삼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해당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에 불쾌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특정인의 성별, 출신 지역, 과거 행적 등을 문제 삼으며, 싫으니 출연시키지 말라고 한다. 최근에도 “엄마같이 챙겨주는 사람이 좋다”는 모 연예인의 인터뷰에 대해 “엄마가 챙겨주는 사람이냐, 여성이 남성을 챙겨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절약으로 유명한 연예인을 놀리는 MC들의 발언을 문제 삼아 “오죽 서민들이 우스워 보이면 저렇게 말하나” “얼마나 배가 부르면 절약하는 것이 못마땅한가” 등으로 비난하는 현상을 찾아볼 수 있었다.

프로불편러들은 댓글 수준도 모자라 ‘다음 아고라’ ‘네이트 판’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은퇴 청원’ ‘하차 청원’ 등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면 글을 읽은 사람들은 취지에 동감한다기 보다는 그 글의 대상이 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앞 다투어 ‘좋아요’를 누른다. 급기야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특정 연예인의 은퇴나 방송 하차를 원하는 사람이 수만 명에 이르는 웃지 못할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언론은 ‘네티즌 분노’ ‘시청자 항의’와 같은 자극적인 기사를 양산하며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기에 바쁘다.

그들에게는 이를 지적하는 이 글조차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현상은 정상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들은 진실로 불편한 것이 아니라 불편을 가장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고, 자신의 맘에 들지 않다는 이유로 다수의 의사 수렴이 필요없는 영역에서 다수의 의사를 가장해 특정인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불편러들은 다수의 이익과 정의를 표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 것은 개인이 생각하는 정의에 불과할 뿐 본질은 악플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개인이 어떠한 감정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고, 그러한 감정이 들었다고 이를 지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외부로 표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매사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더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고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기 위해 ‘다수의 이익’ ‘사회 정의’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붙이는 것 역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굳이 분노해도 되지 않아도 될 영역에 분노의 감정을 쏟아 내는 것은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세상 모든 영역에서 ‘촛불 혁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고,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두 적폐가 아니라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건 변호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