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사안도 정면돌파로 대응해온
홍준표 대표의 야당으로서 생존법은
내년선거에서 공천지도를 바꾸는 것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몽둥이를 들고 ‘협조하라’고 요구하는 형국” “제가 어디 ‘꼰대’ 같습니까? 앞으로 잘하겠다” 원내 제1야당 대표인 ‘홍준표’. 그는 언제나 이처럼 ‘돌직구형’이다. ‘몽둥이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유엔 정상외교 직후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들의 청와대 5자 회동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20일 밝히면서이고. ‘꼰대론’은 당 혁신위가 각계각층의 여성 인사들을 초청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여성들이 십자포화를 퍼붓자 답변에 나서면서다.

홍 대표는 사안마다 직설적 화법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다. 어떤 미묘한 사안이라도 애써 변명하거나 둘러대지도 않고, 애매모호 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갈수 있는 사안에도 돌직구를 날린다. 박근혜정부 탄핵직후 장미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보여준 ‘대선후보 홍준표’의 돌직구형 스타일은 이미 각인된 것이기에 낯설지는 않다.

그는 최근 본사를 비롯해 동남권 언론 국회출입기자들과 저녁 겸 소주자리에선 인간적인 부드러운 모습도 보였다. 당연 관심사는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룰에서부터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 후보 공천티켓에 맞춰졌다. 그는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기자들 앞에서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한 뒤 “아이 참 네…내가 ‘카더라’ 하지말고 알아서들 써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바다를 연출했다.

‘휘발성’이 강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솔직함 그대로였다. “선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나와)아무리 친하더라도 선거에 지는 사람을 공천할순 없다.”고 잘라 말하는 대목에선 ‘홍준표 답다’라고 할 정도로 매력도 있다. 심지어 “차기 대권가도를 달리기 위해선 국회의원 재보선이라도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선 “지금 내가 거기(대권)까지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느냐”면서 “그때까지 살아남기 위해 재보선 나가는 건 꼼수”라고 단언했다. ‘산전수전’ 모두 겪은 그로선 속내가 훤히 보이는 꼼수는 오히려 격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홍 대표의 정치적 좌표는 어디쯤 있을까? ‘안보제일’에 방점을 찍고 여권에 강력한 태클을 걸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 1000만 국민 요구 서명운동을 펼치며 여권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나아가 MB(이명박 대통령)의 심장부를 겨냥한 여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한 것도, 문재인 정부 인사 실정을 ‘인사참사’로 규정하고 총력 저지에 나선 상황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한국당의 여론이 20%안팎을 맴돌고 있다. 그렇다면 ‘포스트 박근혜’ 10%안팎의 추락한 민심에서 차츰 보수층의 여론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일까?

야당은 ‘내년 지방선거=문재인 정부 중간평가’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의 선장인 홍대표 역시 내년 지방선거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문정부’의 중간평가라는 경고가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현재의 여론추이를 볼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차치하고 충청과 강원·제주까지 한국당이 확실한 승산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부·울·경은 안심해도 좋을까. 그렇지 않다. 보수층의 집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북’을 빼고, 여권이 김부겸 행안부 장관의 ‘대구시장 등판론’이 현실화 될경우 한국당의 안방까지도 불안정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 지점에서 홍 대표의 승부수는 과연 무엇일까? 문제의 심각성은 작금의 한국당은 홍준표 밖에 보이지 않다는 데 있다. 중장기적인 전략과 전술은커녕 즉흥적인 말은 많은 반면 ‘행동’은 느림보 수준이다. 전투력을 겸비한 ‘야전’에 강한 의원은 찾기 어렵다. 여권은 이미 ‘10년 집권플랜’을 짜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답답한 홍 대표. 당 안팎에선 “야전에서 제대로 싸워본 의원은 ‘심재철’ 정도”라고 한다. 야당의 생존법, ‘홍준표의 생존법’은 내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 이어 21대 총선의 ‘공천지도’를 바꾸는 것 밖에 없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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