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속 입학금이 중요 재원…타대학 동향 파악 먼저”

 

전국 국공립대가 내년부터 신입생 입학금 폐지를 결정한 데 이어 주요 사립대들이 입학금 단계적 폐지를 위해 교육부와 구체적 논의에 나서면서 지방 사립대들의 근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과 달리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는 이들은 약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되는 등 살림도 빠듯한 상황이어서 입학금마저 폐지되면 학교가 받을 재정적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확대 등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지만, 사립대 측은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입학금 폐지에 섣불리 동참 의사를 밝히기보다 다른 대학의 움직임을 살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대학 입학금을 실비(實費) 수준으로 끌어내린 뒤 현행 법령에서 입학금 징수 근거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입생에게 부과되는 입학금은 입학식 행사와 신입생 사전교육(오리엔테이션) 진행, 교육과정·대학생활 안내책자 인쇄, 신입생 상담 등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1인당 100만원에 육박하기도 하는 입학금은 수업료와 합쳐 회계처리를 하는 데다 산정 기준이 불명확해 수입과 지출이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입학금 단계적 폐지는 국립 군산대가 지난 7월 입학금 폐지를 선언하면서 물꼬를 텄다.

이후 전국 4년제 국공립대학이 정기총회를 열어 내년부터 폐지하는데 뜻을 모았고, 사립대 원광대도 10년간 입학금을 80% 인하하겠다고 나섰다.

연세대와 경희대, 동국대, 한국외대 등 10개 사립대학은 기획처장으로 구성된 ‘사립대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회’를 꾸렸다.

교육부는 최근 이들과 1차 회의를 열어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고 국가장학금을 확대하는 등 입학금 폐지 대학을 위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다수의 지방 사립대는 교육부가 내건 인센티브가 입학금을 폐지했을 때 보게 될 손실을 상쇄할 수 있을지 의심한다.

 

수도권에 있는 A 대학 관계자는 “보통 대학교 신입생 수가 한해에 3000∼4000명이라고 했을 때, 이들이 내는 입학금만 30억∼40억 원 규모”라며 “교육부가 제시한 인센티브는 복지 성격이 강한데,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입학금을 포기할 만큼 설득력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등록금을 인하 또는 동결하거나 교내장학금을 늘려야 정부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10년 가까이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했고 동결은커녕 인하했던 적도 수차례 있었다”라면서 “매년 학령인구가 줄고 자체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대학 운영 구조에서 입학금은 학교의 생명 줄을 쥐고 있는 중요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B 대학은 “입학금 수입이 줄면 그 손실 부분을 다른 쪽으로 분산시키게 된다”라며 “판공비 등 비교육 예산을 먼저 감축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도서구매비, 연구지원비 등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대학 교육 질이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입학금 폐지에 동참하는 대학들에만 재정 지원을 약속할 게 아니라 이번 기회를 계기로 전반적인 사립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이 어디까지 확대돼야 하고,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활발한 논의가 먼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정부의 지원 약속과 노력이 공감대를 산다면 대학들도 입학금 폐지에 자연스럽게 동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장학금과 재정 지원 사업 등 대학을 컨트롤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대학은 정부 정책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다수의 지방 사립대는 입학금 폐지에 조만간 동참해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도 당장은 학교가 받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시기와 감축 폭을 두고 다른 학교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