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환골탈태한 전력으로 5년 만에 포스트 시즌 확정

▲ 손승락-강민호 '좋았어'

레일리 대변신+린드블럼 가세, 상승세 기폭제

롯데 자이언츠가 드디어 가을야구를 한다.

햇수로는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롯데는 21일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LG 트윈스를 8-4로 꺾어준 덕분에 앉아서 가을야구 매직넘버를 0으로 만들었다.

4위 롯데는 현재 시즌 75승 2무 62패(승률 0.547)로 남은 5경기에서 전패할 경우 승률이 0.528가 된다.

6위 넥센은 잔여 경기가 적어 역전 가능성이 사라졌고, 7위 LG가 남은 9경기에서 전승을 거둬도 승률 0.525로 롯데를 넘어설 수 없다.

이로써 롯데는 최소 5위를 확보하며 5년 만에 가을야구 티켓을 손에 넣었다.

롯데가 전반기를 7위로 마쳤을 때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과다.

롯데는 전반기만 해도 허점투성이였다.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와 닉 애디튼은 리그 최다패 투수 1, 2위를 다퉜다.

선발진에서 믿을만한 카드는 박세웅이 유일했다.

타선은 이대호, 최준석, 강민호 등 중심 타선의 발이 느려 결정적인 순간마다 병살타가 나왔다.

롯데의 올 시즌 병살타는 141개로 2013년 한화 이글스가 세운 KBO 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병살타(140개)를 벌써 뛰어넘었다.

승부처에서 유독 오심으로 팀 승리를 도둑맞는 경우가 잦았다.

롯데 선수단에는 1패 이상의 충격이었다.

스스로 발목을 잡는 장면도 나왔다.

6월 16일 고척 넥센전에서는 최준석과 이대호의 수비 포지션을 잘못 기재하는, 프로 구단을 의심케 하는 실수까지 나오며 팬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

하지만 후반기 롯데는 거짓말처럼 다른 팀으로 변했다.

롯데는 7월 18일부터 시작된 후반기에서 34승 1무 18패, 승률 0.654를 거두는 반전을 일으켰다.

후반기 승률은 두산(0.704)에 이어 리그 2위다.

8월 한 달간은 무려 19승 8패라는 구단 사상 월간 최다승 신기록을 세우며 7위였던 순위가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4위에서 7위까지의 승차가 얼마 되지 않아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많았지만, 롯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진격을 거듭해 이제는 어느덧 3위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변화의 힘은 마운드에서 나왔다.

▲ 롯데 레일리.

전반기 ‘소년가장’이나 다름없었던 박세웅(12승 6패)이 후반기 들어 지친 기색을 보이자 레일리가 에이스로 우뚝 섰다.

2군에서 체인지업을 가다듬고 돌아온 레일리는 후반기 11경기에서 9차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반전을 일으켰다.

레일리(12승 7패)의 후반기 성적은 6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2.88.

되살아난 레일리와 후반기에 가세한 ‘린동원’ 조쉬 린드블럼(3승 3패)은 경기마다 긴 이닝을 소화하며 팀이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첫 풀타임 시즌을 맞은 김원중(7승 8패)은 선발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박진형(2세이브 10홀드)의 후반기 셋업맨 변신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송승준(11승 5패)까지 베테랑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면서 롯데는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4.04로 리그 1위를 질주했다.

병살타 문제는 2번에 손아섭을 기용하며 해결했다.

발 빠른 손아섭은 도루와 치고 달리기 작전으로 3번 최준석의 병살 부담을 덜어줬고, 덩달아 최준석의 타격감도 살아났다.

▲ 롯데 이대호.

이대호는 ‘4번 타자’의 상징인 30홈런(33개)-100타점(107개)를 넘어서며 공격력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대호가 경기 막판 돌파구를 마련하면 대주자 나경민이 투입돼 적시타 한 방으로 득점하는 장면은 롯데의 가장 위력적인 득점 공식이 됐다.

앤디 번즈, 문규현, 신본기는 안정된 내야 수비와 함께 하위 타선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씩을 해주며 무시할 수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러한 선발진의 변신과 타선의 집중력도 마무리 손승락을 필두로 한 막강 불펜진이 없었다면 허사였을 것이다.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고 했던 손승락은 그 말 그대로 온몸을 다 바쳐 롯데의 뒷문을 잠갔다.

손승락은 현재 시즌 35세이브로 2위 임창민(29세이브·NC 다이노스)에게 6개 차 선두다.

구원왕 타이틀은 사실상 확정했고, 2012년 김사율(34세이브)을 넘어 구단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까지 갈아치우며 롯데를 가을야구 무대에 올려놓았다.

주전 포수 강민호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강민호는 올 시즌 수비 이닝이 987⅔이닝으로 10개 구단 포수 중에서 독보적인 1위다.

2위인 김태군(926⅔이닝·NC)과도 61이닝 차이가 날 정도다.

백업 포수가 부실한 상황에서 강민호는 극심한 체력 소모를 이겨내며 안방을 든든하게 지켜냈다.

롯데는 후반기 무서운 돌풍을 일으켰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역전승을 일궈내며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에 처절하게 당했던 1승 15패의 절대 열세를 올 시즌에는 9승 7패로 뒤바꿔놨다.

▲ 모자 벗어 팬들에게 인사하는 조정훈.

4번의 수술을 이겨내고 7년 만에 복귀한 조정훈까지, 롯데의 올 시즌은 드라마틱한 요소로 가득하다.

이제 관건은 이러한 좋은 흐름을 가을야구에서도 이어가는 것이다.

롯데의 진격이 어디까지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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