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식품영양과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얼마 전 살충제 달걀 문제가 보도되자 우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제공된 유아 식단에 들어있던 달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화 문의가 넘쳤고, 센터 직원들은 달걀이 들어간 메뉴를 전부 대체 메뉴로 변경하고 각 어린이 보육시설에서 변경한 식단을 감수하기에 바빴다.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에도 보육시설이나 유아를 둔 부모들은 달걀에 대해 안심하지 못하고 있어 두 달 동안 식단에 달걀을 넣지 못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살충제 달걀 언론 보도 이후의 달걀소비는 46.7%가 줄었다고 한다. 달걀의 소비를 위해 안전에 대한 신뢰회복이 되어야 한다고 하나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불신상태에서 어떻게 완전식품으로서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달걀의 소비는 다시 조금씩 증가하겠지만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주고도 기꺼이 구입하려했던 친환경을 추구하던 브랜드의 제품마저 강력한 살충제인 DDT가 들어 있다고 하니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먹거리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친환경 인증제도 검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친환경인증의 허술함이 알려지면서 “친환경은 친환경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증제도는 처음 인증을 받고나면 그 다음은 서류만으로 갱신하거나 1년에 한번도 점검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친환경 인증 제도를 총괄하는 농산물 품질관리원이 있지만 친환경 인증 제도는 민간 인증기관이 인증과 사후 관리를 하고 있고 농산물품질관리원은 민간 기관을 감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 친환경 농가의 현장조사도 30%수준에 지나지 않고 있는 등 부실한 관리체계로 결국 친환경 농산물의 관리는 농민이 스스로 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달걀 난각표시에 기존에는 시도별부호와 농장명을 기재했으나 산란일자, 생산농장의 고유번호, 사육환경번호까지 표시해 소비자가 달걀을 구입할 때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먹거리의 안전은 모든 식품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친환경 농축산물인 유기농과 저농약, 무농약에 대한 엄격한 분류와 관리도 필요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제대로 검증된 농축산물이라면 소비자는 기꺼이 더 비싼 가격을 주고라도 구매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소비자는 제품의 포장에 있는 식품정보표시를 믿고 구입한다. 이 정보는 잘못된 정보가 아니어야 하며, 먹거리에 대해 수시로 터지는 이러한 무개념의 사건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려면 기관의 엄격한 관리와 생산자들의 성숙한 태도가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추석에도 마음 놓고 풍성한 차례상을 차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식품영양과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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