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화유산 보호 노력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 문화재위원회가 8일 백제와 신라 두 고대 왕국의 유적 보존을 위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백제 위례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 내 재건축 부지를 사적으로 지정하고 경주의 경마장 건설을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이정표적인 결정은 목전의 경제 이익에만 사로잡혀 선조들이 물려준 귀중한 문화유산을 무지하게 파괴해온 우리의 잘못을 바로잡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문화유산의 보호 못지않게 산 사람들의 살 권리 보장도 중요한 만큼, 유적 보존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당연히 마련돼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된 풍납토성의 경우, 인류 공동의 유산을 한국인들이 마음대로 파괴해도 되느냐는 외국 전문가들의 비난을 들을 정도였다.  경주의 경마장 건설 논란 역시 지난 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가 건설을 약속해 버렸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였다. 천년 고도에 도박장이나 다름없는 경마장을 건설하겠다는 경솔한 약속을 취소하고 경주 시민들의 실망에 보상을 해주어야 할 부담이 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분명히 잘못된 결정은 취소하고 상황을 바로 잡아야한다. 두 고도의 유적보존의 당위성에 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고대유적 보존도 중요하지만 지금 살고있는 사람들의 생존권도 중요하다는 주민들의 절규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풍납토성의 경우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는 바람에 빚만 늘어나고 있어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경주 경마장 건설 백지화와 관련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대를 걸었던 현지인들의 실망을 해결해 주어야한다. 이들은 오랜 세월 고도 주민으로서의 긍지를 느끼기 보다는 각종 규제로 재산권을 행사 못하는 바람에 엄청난 불만을 품어왔다.  풍납토성이나 경주 경마장 두 경우 모두 보존 결정에 따른 부작용, 즉 주민들의 피해 보상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며 국가예산 투입에는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한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고도보존법을 제정해,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과 주민들의 경제적 손해를 최소화하는 두 가지의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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