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매수 기회…쌀 때 사서 들고 있어야”

한국의 내로라하는 가치투자가들은 한목소리로 황금연휴 이후 중소형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북한의 추가 도발에 따른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다시 고조될 가능성과 시장에 주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연합뉴스가 8일 대표적인 국내 가치투자가 3명을 상대로 한 장세진단 인터뷰에서 이들은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동안 대형주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저평가된 중소형주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터뷰에는 ‘베테랑 가치투자가’로 꼽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과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부사장),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이 응했다.

◇ “저평가 중소형 가치주, 오를 때 됐다”

허남권 사장은 “열흘이나 쉬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어둠의 자식들‘이던 중소형주가 두각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소형주는 최근 3년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였다”면서 “하락 기간이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으로 볼 때 저평가돼 있어 비싸지 않다”고 강조했다.

허 부사장은 특히 연말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정보기술(IT)과 같은 주도주 뿐만 아니라 값싼 중소형주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채원 부사장도 저평가된 중소형 가치주나 내수주를 연휴 이후 투자 대안으로 제안했다.

이 부사장은 “시기적으로나 수급상으로나 중소형 가치주가 주목받을 시기가 됐다”면서 “최근 뜨거운 쪽보다는 소외되고 외면받은, 예를 들면 화장품과 음식료 등의 업종이 돌아설 때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동안 소외당한 종목의 반등을 ’패자(敗者)의 반란‘으로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연휴 이후 하반기에는 그동안 안 좋았던 종목에서 (투자 대상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중소형주 가운데 값이 싼 성장주·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메리츠자산운용의 존 리 대표는 “그간 한국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IT를 중심으로 한 일부 종목에 편중됐다”며 “오히려 그동안 떨어진 종목이 오른 종목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리 대표는 “우리 같은 장기투자자들에게 지금은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라며 “중소형주 중에서 저평가된 ’진주‘를 찾아내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완화 실마리 기대” vs “상수화”

존 리 대표는 열흘간의 휴장이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지정학적 돌발 악재를 소화할 수 있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오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두 정상이 11월에 만난다고 하는데 아무런 소득 없이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풀 수만 있다면 시장은 굉장히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 대표는 “지금 상황이 너무 극단적이라 우려스럽기는 하다”면서도 “정말 심각한 문제라면 외국인이 제일 먼저 파는 것은 주식일 텐데 아직 관망하고 있고, 최근 채권시장에서의 대량 매도세도 진정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채원 부사장은 북핵 문제에 따른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는 시장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포기하게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그렇다고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 문제가 결국 상수화해 희석되면서 하나의 제약 요인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남권 사장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따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는 “북한 위험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투자하는 사람으로써 지나치게 연연할 수도 없는 게 사실”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사서 들고 있는 ’위기 시 매수‘ 전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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