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능동산(陵洞山) 입석대(立石臺)

▲ 입석바위의 앞면. 두개의 커다란 바위가 한쌍으로 하늘을 받치고 있다.

가지산 관광 휴게소 맞은편 쉼터서 산행 시작
10여분 뒤면 능선…일망무제의 경관 한눈에
높이 10m 둘레 7~8m의 돌기둥 2기 우뚝
‘입석바위’ 당간지주 바위라 불리기도
뒤에는 또다른 네개의 바윗돌이 입석대 받쳐
맞은편엔 소나무와 어우러진 ‘정원바위’

가지산~능동산 중간지점인 고봉산 정상
여름 산행시 쇠점골로 내려가는 기점이기도
쇠점골, 아름다운 소·반석 이어져 인기 피서지

가을이 성큼 다가와 마음은 이미 가을의 품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남알프스 산자락에도 가을을 알리는 소식들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번 주 산행은 바람도 자고가고 구름도 쉬어간다는 석남(재)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우리 선조들이 넘나들었던 애환이 서려 있는 고갯길이기도 하다. 출발점은 24번 국도를 따라 배내골 삼거리에서 석남터널로 넘어가는 도로다. 석남터널 조금 못 미쳐 옛 ‘가지산 관광 휴게소’ 맞은편의 쉼터 즈음이다. 가지산 관광 휴게소는 가지산 터널이 생기기 전까지 울산~밀양을 왕래하던 사람들이 많이 머물렀던 곳이지만 지금은 폐허가 된 상태다. 가지고 온 차가 있다면 휴게소 주변공터에 주차가 가능하다.

▲ 입석바위의 뒷모습. 네개의 사각형 바위가 입석대를 받치고 있다.

길 건너 쉼터 옆으로는 입석대(입석바위) 초입을 알리는 여러 개의 시그널이 나뭇가지에 걸려있고 곧바로 능선길이 이어진다. 초입부터 약간의 비탈길이 2~3분간 이어지다가 능선에 올라서면 등로는 차츰 완만해진다. 10여분 뒤 능선에 올라선다. 일망무제(一望無題)의 경관이 한눈에 펼쳐진다. 입석대(立石臺)로 이어지는 첫 번째 바위에 올라선 셈이다.

매봉과 오두산, 청수골, 배내재로 넘어가는 꼬부랑길이 아스라이 멀어져 보이고 쌀바위, 귀바위, 고헌산의 대통골, 곰지골, 석남사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옆으로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이 우뚝하다. 조심스레 바위를 타고 오르다 보면 왼쪽 난간 발아래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수십 수백 미터의 낭떠러지가 내려다보인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알 수 없는 두꺼비모양의 형상을 한 바위를 지나면 위태롭지 않은 등로가 이어진다.

▲ 쇠점골약수터에서의 필자.

두 개의 바위를 지나면 바로 앞으로 거대한 돌기둥이 2개의 쌍을 이뤄 우뚝 서 있다. 이름하여 입석대(立石臺), 입석바위라 부른다.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입석대는 배내골 삼거리에서 석남 터널로 넘어가는 도로 왼쪽 높이 솟은 바위암봉으로 이어진 암릉사이로 홀로 우뚝 솟은 선돌(立石)을 말한다. 자연적으로 조성된 하나의 받침대위에 높이가 10여m, 둘레가 7~8m쯤 되는 2개의 커다란 바위가 짝을 이뤄 하늘을 받치고 있다. 일명 당간지주 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이를 돌아 뒤로 올라서면 또 다른 네 개의 사각형 바위돌이 입석대를 받치고 있다.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져 자연이 연출해놓은 경관에 매료되어 오늘따라 발길이 옮겨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쉬움에 여러 장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고 입석바위를 조심스럽게 돌아 맞은편의 바위 암릉을 바라보면 또 다른 바위 암봉이 돌 수반의 작은 정원을 연상하리만큼 주변 소나무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또다시 대자연의 신비함에 매료되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입석바위와 정원바위 암봉을 뒤로하고 능선을 따라 10여분 오르면 산길은 점점 완만해지고 아담한 돌탑이 있는 고봉산(813m), 일명 입석봉 정상에 오른다. 산꾼들 사이에서 정상은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남알프스 최고봉인 가지산에서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중간지점의 봉(峰)으로 여름 산행시 쇠점골로 내려가는 기점이라는 점에서 산꾼들 사이에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또한 석남재 짧은 암릉이라 별칭도 갖고 있어 능선에 올라서면 온 사방의 탁 트인 시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가지산의 숨은 벽 능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간이 허락하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곳이다.

▲ 입석대에서 바라본 배내고갯길.

이곳에서 오른쪽은 가지산으로 향하는 등로이고, 능동산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가야한다. 능동산 3.6km, 석남터널 0.7km, 가지산 2.7km, 석남사주차장 2.0km 거리다. 능선을 중심으로 오른쪽 쇠점골, 왼쪽은 배내고개에서 이어지는 청수골이다. 여름철에 이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정말 기분이 좋다. 쇠점골에서 골을 타고 넘어오는 골바람과 왼쪽 청수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고, 키를 훌쩍 넘긴 나무들이 터널을 만들어 산행 내내 햇살이 적당히 들어오는 고만고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능선을 따라 50분 정도 걷다보면 첫 번째 220여 계단)이 나오고 조금 뒤 두 번째 계단(216계단)을 지나면 능동산 안부 두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낙동정맥이 나누어진다.왼쪽은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길이고 능동산 정상방향은 오른쪽이다. 조금 뒤 능동산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능동산은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이 허리를 틀어 운문지맥을 이루고, 다른 하나는 밀양봉을 거처 석남터널을 지나 이곳 능동산으로 이어져 낙동정맥으로 갈라지고, 다른 하나는 다시 태극모양으로 천황산과 재약산, 코끼리봉, 항로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능동산에서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 표충사 방향으로 이어 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천황산까지는 약 5.9㎞로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또한 배내고개로나 쇠점골 약수터방향으로 내려와 산행을 마칠 수도 있다. 쇠점골 약수터는 산을 좋아하는 산객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물을 보충하기도 하지만 종주산행 시 비박을 하기도 하는데 물맛 또한 일품이다. 약수터를 지나 내리막길을 조금 내려오면 임도와 합류하는데, 임도는 배내고개와 이어진다.

쇠점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쇠점골 방향은 능동산 정상에서 약50여m정도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은 쇠점골 약수터와 샘물상회를 거처 천황산으로 가는 길이고, 쇠점골로 내려가는 방향은 오른쪽이다. 쇠점골까지는 급한 내리막길로 1시간정도 걸린다. 가지산 터널의 환기구를 지나 쇠점골 오천평반석 상부에 도착한다.

▲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쇠점골은 옛날 밀양지역에서 울산을 넘나들었던 보부상들이 소나 말의 편자를 갈아 끼워다는 골짜기는 뜻에서 붙어진 이름으로 그 길이만 4km에 이른다. 호박소를 비롯한 오천평반석, 형제소, 선녀폭포 등 아름다운 소(沼)와 반석이 어우러져 여름철에는 ‘사람 반 물 반’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오천평 반석에서 석남터널 방향으로 걷다보면 갖가지모양의 소(沼)와 담(潭)을 계속해서 만난다. 파래소폭포를 닮은 폭포도 있고, 와우폭포를 닮은 폭포도 있고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이중에서 단연 으뜸은 형제폭포이다. 형제폭포는 높이가 7m, 폭이 5m, 소의 둘레가 10m로 쇠점골에서 볼 수 있는 폭포 중 가장 큰 폭포다. 폭포아래에는 깊은 협곡으로 폭포 가까이 접근하려면 물길 산행을 해야 한다. 형제폭포에서 석남터널 부근까지는 1.7km의 물길은 각양각색의 아름다움이 눈길을 사로잡아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대자연이 인간에게 내어준 선물에 감사함을 느끼며, 영남알프스의 주봉을 노래한 시(詩) 한 수로 이번 산행을 마무리한다.

가지산/진희영

유서 깊은 석남사 부처님 알현하고
조물주 창조로 호박소 만들고, 입석대 빚었으니
용(龍)이 승천한 용수골, 노승이 길 잃은 심심이골

형제소 애틋함이 쇠점골로 이어질 때
선녀폭포, 오천평반석 달그림자에 숨어들고
구연굴(窟) 이목도사 큰 절하고 돌아보니

가지산 주봉에서 뻗어 나온 지맥(地脈)이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이 비경이요
용수골, 학심이골, 쇠점골 물 또한 그것이로다.
(부분)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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