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 주선 업체에 거금 주고
베트남 여성과 식 올렸는데
수개월 지나도 입국 안하고
이미 다른 한국 남성과 결혼
부산·대전등 피해자 20명 달해

단란한 가정을 이루겠다며 지난해 국제결혼에 나섰다가 베트남 신부가 입국하지 않아 중개 수수료만 떼이는 피해를 본 장모(47)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법정 소송에 휘말렸다.

오히려 ‘사기 국제결혼’의 피해자인 자신을 상대로 결혼중개업체가 갑작스럽게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 어떤 영문인지 정씨는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부산에서 귀금속 세공업을 하던 장씨는 재혼을 꿈꾸며 작년 6월 베트남 현지에서 이혼 여성을 소개받았다. 귀국 후 장씨는 맞선 여행 주선 업체에 750만원을 주고 결혼 중개 계약을 한 뒤 한 달만인 그해 7월 중순 베트남에서 그 여성과 결혼식까지 올렸다.

그러나 이 여성은 수개월이 지나도 한국에 입국하지 않았다. 얼마 뒤 이 여성이 이혼하지 않았고 여전히 베트남에서 다른 남성과 살고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충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 여성을 장씨에게 소개했던 이 업체는 지난 7월 미납한 소개료 300만원을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장씨는 법정 소송 끝에 지난 17일 돈을 갚을 이유가 없다는 1심 판결을 끌어냈지만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데 이어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씨의 친동생이 겪은 일은 이보다 더 황당하다. 결혼이 성사된 뒤 중개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계약한 동생 장모(41)씨는 작년 6월 똑같은 업체의 주선으로 베트남에서 현지 여성과 결혼했으나 이 여성 역시 입국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뒤 자신과 결혼식까지 올린 이 여성이 머지 않아 다른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는 황당한 소식마저 접했고 지금은 소송전에 휘말린 상태다. 이들처럼 사기 국제결혼에 당했다는 남성 피해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부산과 대전, 청주 등지에 20명 남짓한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이 업체가 현지 여성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결혼시킨 뒤 한국 남성의 요구로 파혼한 것처럼 교묘하게 서류를 꾸며 위약금 소송을 제기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이 업체 운영자는 결혼중개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섰지만 지난 1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피해자들은 강한 처벌을 요구했지만 이들이 현지에서 결혼식을 한 직후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서명한 ‘행사비용 지불각서’ 탓에 사기 등의 죄명은 빠진 채 결혼중개업법 위반 혐의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각서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서명했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한 탓에 중한 처벌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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