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 엄계옥 시인

짧은 시 속에 강한 메시지가 담겼다. “어디서나 존경 받는 예언자도 제 고향과 집안에서만은 존경 받지 못한다.”(마태복음)

밖에서는 인정받는데 집에만 오면 대접 받지 못하는 기분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가족 윤리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주어진다. 때문에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우리는 타인에겐 관대해도 가족은 함부로 대할 때가 많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정적 감정을 여과나 제어장치 없이 폭발하기도 한다. 그것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치명적 폭거라는 걸 인식하지 않는다. 이천십사 년 강력 범죄로 입건된 사백여명 중 백여 명이 가족을 상대로 한 범죄였다고 한다. 만나면 상처가 되어서 소식마저 끊고 사는 가족은 또한 얼마나 되나. 가족으로부터의 인정은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이는 정서가 서정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다. 화분에 햇빛을 많이 주어도, 적게 주어도 문제가 된다. 적당한 칭찬과 격려가 범죄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생명의 본바탕인 서정을 공유한 편안한 관계가 가족이다. 서정이 훼손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몸 아파보면 정으로 맺어진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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