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성을 금기시하는 풍토로
음성적 통로로 왜곡된 성지식 배워
성인식 변화와 현실적 성교육 필요

▲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현대사회는 컴퓨터나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 미디어의 발달로 다양한 콘텐츠의 접촉과 이용이 더욱 가능하고 편리해졌다. 하지만 기술발전과 더불어 우려되는 점도 있다. 스마트폰 등의 뉴미디어 활용에 가장 적극적이고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성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고 간접 성행동의 증가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제공되는 성 콘텐츠는 과거에 비해 다양성, 접근성, 선택성의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고, 무한히 확산되고 통제가 어려운 특징을 가진다(Barak & Fisher, 2001)고 한다. 스마트폰은 청소년들이 비밀스럽게 혼자 이용하기 쉬운 미디어로, 휴대성, 이동성, 익명성, 동시성 등의 장점과 함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올들어 최근 필자는 울산지역 5개 고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청소년들의 음란물 실태와 성의식, 그리고 성교육에 대한 요구를 조사했다. 음란물 접촉실태는 80.4%며, 여학생에 비해 남학생에서 더욱 높았다. 성지식 획득방법은 PC·스마트폰 37.4%, 친구·선배 24.1%이며, 부모나 학교에서의 성인에 의한 교육은 19.0%로 그쳤다.

음란물 노출실태는 중1, 2학년과 초등5, 6학년 시기에, 친구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주로 자기 집에서 이루어졌다. 접촉이유는 여학생은 궁금해서, 남학생은 성적으로 흥분되기 때문이었고, 접촉빈도는 주별 3-4회 이상인 비율도 20.5%를 보였다. 음란물은 동영상이 주를 이루었고 남학생 비율이 높고, 여학생은 사진·소설·만화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 청소년들의 성의식은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높았고, 중요한 변수는 성별, 가정생활만족도와 엄마·아빠와의 친밀도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성교육에서는 남학생은 사춘기 몸의 변화와 성관계·혼전순결에 대한 내용을, 여학생은 성역할·양성평등, 임신·출산·유산 등 실질적인 교육내용을 요청하고 있었다. 성교육 수업방법도 기존의 강의식에서 시청각 활용과 체험학습, 모둠활동 등 다양한 접근의 필요성이 파악되었다.

청소년기 성에 대한 관심은 정상적 행위로 수용되고 발달단계에 따라 적절한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나 우리 사회의 현실은 청소년의 성을 부정적인 측면에서 금기시해 왔다. 성적 발달을 위한 성지식을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나 친구들로부터 배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 청소년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한 성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고, 성 도구화와 성 상품화로 인한 왜곡된 성지식을 획득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미디어가 발달한 시대, 보다 적극적으로 디지털 미디어환경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음란물 접촉예방을 위한 청소년보호법에 의한 현행규제 기준을 강화하고,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을 통한 성 콘텐츠가 가지는 비현실적 본질에 대한 교육과 함께 미디어를 활용한 건전한 성교육 콘텐츠를 개발 제공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신체적 발달로 인한 성적변화와 행위를 어떻게 표현하고, 우리 사회가 이러한 성행위를 어떻게 수용하는지에 따라 성문제에 대한 예방적 방안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인 성과 심리적인 성, 그리고 사회적인 성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지를 습득하는 발달과업의 시기이다. 성의 사회화 과정은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인생의 전 과정을 거쳐 개인의 섹슈얼리티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격적 성은 선천적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남녀의 특성과 후천적으로 학습되어진 사회문화적 성 역할과 성 정체성의 틀 속에 통합된다.

선진국(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서는 교사가 되려면 성 교육학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고, 다양한 성교육 도서와 자료가 개발돼 있다. 독일은 3~4세부터 성교육을 시작해 13세 이후에는 정확한 피임교육과 임신했을 때의 대처법까지 가르친다고 한다. 이제 재미없고 현실과 뒤떨어진 성교육이 아닌 청소년 음란물 경험실태와 영향 그리고 대안적 요구를 파악해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성교육과 사회전반의 성문화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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