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매체의 접근이 용이한 만큼 생소한 소재와 다양한 표현들이 작품에 적용되고 있다. 그런 작품을 대할 때면 작품의 내용을 읽어내는 것 못지않게 소재와 제작방법을 유추해 보는 것 또한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이다. 그 중 2D를 3D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는 렌티큘러라는 소재는 볼록렌즈를 나열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보이도록 한 것이다. 홀로그램과는 그 원리에 차이가 있고 화폐위조 방지장치나 색연필 등 장식에도 사용된다.

하원 작가는 이러한 렌티큘러를 이용한 작업을 한다. 렌티큘러는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정지해 있던 화면의 이미지가 움직이는 영상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 공간에서의 움직임을 위한 적극성이 요구된다. 작품을 보는 각도와 시선의 위치를 달리하여야 한다는 것이 작품을 읽어내는 방법이며, 곧 작가의 의도다. 작가는 이것이 “찰나에 각인된 기억의 시간을 재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작품의 외형은 사각형이지만 부채를 만들 때 종이를 앞으로 한 번, 뒤로 한 번 뒤집어서 접는 것처럼, 스테인레스 스틸로 부채를 접어놓은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스테인레스 스틸에 작가가 촬영한 사진을 몇 등분으로 분할한 그 조각들을 렌티큘러로 만든다. 그 조각들은 위 아래로 혹은 양 옆으로 각각의 스테인레스 거울에 비추어져 작가가 기억하고 싶은 그 찰나의 순간이 재생되며 화면을 무한 확장시킨다.

작품의 주된 이미지인 자연과 현대적 느낌의 스테인레스 스틸과의 만남은 관객에게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하원 작가의 렌티큘러 작업은 오는 30일까지 울산시 중구 옥교동 아트그라운드hQ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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