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안보위협 이유로 문서 수백건은 막판 공개 보류

▲ 케네디 전 대통령과 재클린 여사.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26일(현지시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과 관련한 기밀문서 2800여 건을 공개했다.

하지만 국가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기밀을 해제하지 말아 달라는 미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및 다른 연방기관들의 건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임에 따라 수백 건의 다른 문건들은 공개가 마지막 순간에 보류됐다.

국가기록보관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과 관련한 문서 2891건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공개 문건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저녁 온라인에 게시됐다.

이들 문건은 암살과 관련해 FBI 국장의 몇 년 치 메모에서부터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의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을 잠재우거나 ‘폭탄급’ 폭로를 포함한 내용은 없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이날 오후 기밀문서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오랫동안 기대했던 JFK(존 F. 케네디) 파일들이 내일 공개될 것이다. 매우 흥미롭다”고 직접 공개 일정을 전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92년 제정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기록 수집법’에 의해 규정된 시한(2017년 10월 26일)을 꽉 채워 공개하기로 했던 문서 중 일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에서 나온 메모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에 문서 공개를 위해 수정 편집 작업이 필요하다는 연방기관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모에서 “오늘 베일이 벗겨지도록 명령했지만 동시에 행정부 부처와 연방기관들은 특정 정보가 국가안보, 법 집행, 외교적 우려 때문에 수정 편집돼야 한다고 내게 제안했다.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의 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정보의 공개를 허용하는 것보다는 그런 수정 편집 작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공개를 연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신문은 국가기록보관소에 있는 관련 특정 문건이 향후 180일 동안 다시 검토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대통령은 기밀 문건에 담긴 내용이 정보 당국과 사법기관, 외교·안보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기밀 해제를 보류할 수 있다.

‘음모론 애호가’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기밀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관련 기밀 해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암살 배경을 놓고 그동안 여러 음모론이 끊이지 않아 왔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미 텍사스 주 댈러스 시내에서 부인 재클린 여사와 함께 카퍼레이드를 벌이던 도중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의 흉탄에 절명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워런 위원회는 이듬해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며 배후는 없다”는 보고서를 내고 사건 조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케네디 암살론을 둘러싼 음모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서거 50주년이던 2013년 갤런 여론조사에서 미국민의 60%가 ‘단독 범행이 아니고 거대 배후가 있다’고 응답했다.

음모론 중에는 쿠바 또는 옛 소련의 배후설, CIA 개입설, 오스왈드 외 공범의 존재 가능성 등 여러 가지가 제기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기밀 공개를 앞두고 케네디 암살과 관련돼 꼬리를 무는 대표적 의혹을 소개하기도 했다.

NYT는 “오스왈드가 총탄 세 발을 발사하고 케네디 전 대통령과 존 코널리 전 텍사스 주지사를 맞혔는데, 두 발은 빗나가고 한 발이 동시에 두 명을 저격한 것으로 나타나 ’마법의 총탄‘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당시 화창한 맑은 날에 우산을 든 남성이 포착됐으며 ’엄브렐러맨‘으로 알려진 이 인물의 정체는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지적했다.

붙잡힌 암살범 오스왈드를 이틀 뒤 경찰 호송 도중 저격해 숨지게 한 사업가 잭 루비의 살해 동기도 불분명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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