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부부’ 현실감 살린 판타지에 공감
식상한 시간여행 소재에도
현실의 결혼과 청춘 대비로
질긴 인륜·천륜 돌아보게해

▲ 드라마 ‘고백부부’가 현실감 있는 판타지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기 전, 서로 죽고 못 살았던 그때 그 시절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KBS 2TV 금토 드라마 ‘고백부부’가 이혼하겠다는 부부에게 법원이 명하는 이혼 숙려기간을 청춘 판타지로 요리하며 공감대를 얻고 있다.

드라마를 담은 자루는 이제는 그만 좀 나왔으면 싶은 시간여행이지만, 제작진은 현실에 치인 30대 부부의 전쟁 같은 오늘과 대비해 뜬구름 잡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감을 다분히 장착한 판타지로 감정이입을 이끈다.

시청률은 5~6%대로, 경쟁작인 이연희-정용화 주연 JTBC 청춘드라마 ‘더 패키지’의 1~2%를 가뿐히 넘어서고 있다.

‘고백부부’는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왜 안 하는지, 사랑으로 한 결혼이 징글징글한 현실의 문제로 바뀐 모습을 아프게 꼬집는다. 대학생 때 ‘메이퀸’에 도전했던 여자는 아이 낳고 키우느라 ‘행색’이 말이 아니게 됐고, 영화감독을 꿈꾸던 남자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돼 ‘고객’인 의사의 내연녀 뒤치다꺼리까지 하며 비굴하게 살고 있다.

같이 살 방 한 칸만 있어도 행복할 것만 같았던 핑크빛 사랑은 돈에 치인 현실 앞에서 종적을 감춘 지 오래고, 여유를 상실한 ‘피로 사회’에서 부부 간 오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기 십상이다.

‘고백부부’는 1999년 대학 신입생 때부터 사랑을 키워 결혼한 주인공 마진주-최반도가 18년 뒤인 2017년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다음날 아침, 풋풋했던 1999년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이야기를 그린다. 2017년 현재의 정신과 마음, 경험을 탑재한 채 1999년으로 돌아간 둘은 다시 찾은 젊음을 만끽하다가도 이미 경험하고 온 미래를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남남으로 갈라서기로 한 마진주와 최반도는 ‘재회’한 1999년에서 남남인 척하며 각자의 ‘두번째 청춘’을 누린다. 하지만 미래에는 안 계신 ‘1999년의 엄마(장모님)’와 ‘2017년에 놓고 온 어린 아들’에 대한 애끊는 마음은 둘을 남남일 수 없게 만든다. 인륜, 천륜으로 엮여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둘의 역사는 칼로 베듯 잘라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고백부부’가 걱정 없고 마냥 행복했던 추억의 복고 시간여행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시청자가 주인공과 함께 잠시라도 오늘을 돌아보게 만든다. 갈 데까지 간 격앙된 감정으로 이혼 도장을 찍은 마진주와 최반도가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 ‘이혼 숙려기간’을 갖는 상황이 이 드라마의 판타지를 살갑게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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