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 인류생존은 中企에 달려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정신 발휘해
한국경제의 체질 바꿔나가길 기대

▲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필자는 최근 몇 년간 울산과학대 야간반에서 산업안전실무 등을 가르치는 겸임교수로 근무한 적이 있다. 수강생 대부분이 주간에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야간에는 피곤한 몸으로 강의를 듣는데 놀랍게도 거의 100% 출석하여 서로 앞자리에서 강의를 들으려는 열정이 감동적이었다. 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경험해 본 학생들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였거나 중도에 포기하고 2년제 대학에 다시 들어온 학생이 50% 이상이었다. 첫 시간에 교수소개 후 학생들이 본인 소개와 꿈을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데, 하나같이 절박감으로 공부에 매진해 대기업의 현장 오퍼레이터로 재입사 후, 해보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장래를 짊어질 청년세대의 일자리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들 중 하나다. 그런데 청년들은 취업난에도 중소기업 취업을 회피하고 있다. 필자가 대기업, 중소기업, 외국기업에서 37년간 공장생활을 해본 경험으로 볼 때 각각 장단점이 있고 문화가 달라 어디가 좋다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취업준비생들이 중소기업을 안 가는 이유는 첫째 낮은 연봉과 후진적 근무여건, 둘째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며, 셋째 취업준비생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 언론 등 우리사회에 중소기업은 열악하고 믿을만한 회사가 아니라는 고정관념이 깊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중소기업 수는 약 350만개로 전체기업체의 약 99%, 근로자 수는 전체 근로자의 약 88%를 점유하고 있다.

이제 대기업도 대마불사의 존재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한국 조선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핀란드 총수출의 약 20%를 차지했던 노키아가 2013년 몰락했을 때 핀란드의 국가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다. 그 때 핀란드가 찾은 위기극복의 실마리는 중소기업이었다. 핀란드는 노키아를 살리기보다는 오히려 노키아가 가진 IT, R&D에 대한 DNA를 세포분열시켜 중소기업 생태계를 조성했던 것이다. 노키아는 몰락했지만 그의 후예들은 노키아의 DNA를 갖는 수많은 중소기업을 창출했고 지금은 유럽의 첨단 ‘핀테크’를 선도하고 있다. 더욱이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고 4차 산업혁명시대로 접어드는 이 때 기업은 채용을 줄이고 협업,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해 나갈 것이므로 이제 인류의 생존과 발전은 중소기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올 9월 청년실업률이 전년 동기보다 0.2% 떨어진 9.2%이고, 청년의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는 21.5%로 전년보다 0.2% 상승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완전고용(고졸 98%, 대졸 97.6%)에 가까운 일본에서 중소기업은 역사가 깊고 기술력이 전문화되어 있어 일본 산업을 이끄는 주요기술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노벨상을 배출하는 원동력이다. 프랑스 등 유럽국가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이 대기업, 중소기업 간 차이가 없고 작은 스마트공장이 늘고 있다. 중국 청년의 약 90%는 넓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창업이나 신생기업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경쟁국을 벤치마킹하고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최우선적으로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년들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만 선호하기보다 자기에게 맞는 중소기업에 들어가거나 창업 또는 외국기업에 도전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중소기업과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꿔 한국의 미래를 개척해나가길 응원한다.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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