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영화제서 한국영화 ‘인기몰이’…“한국영화 대단해요”

“지금 이 시각 스웨덴과 이탈리아 국가대표 간 축구 경기가 벌어지고 있지만, 한국 영화를 보려고 축구 경기 시청을 포기하고 왔어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19일까지 진행되는 ‘제28회 스톡홀름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들이 인기몰이를 하며 ‘영화 한류’의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전 세계 60개국에서 모두 151편의 영화가 참가한 이번 스톡홀름 영화제에 한국 영화는 모두 5편이 초청돼 연일 상영되고 있다.
이번에 초청된 한국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비롯해 정병길 감독의 ‘악녀’,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조선호 감독의 ‘하루’, 김수영 감독의 ‘능력 소녀’ 등이다.

10일 오후 9시 30분 스톡홀름의 스칸디아 영화관에서 열린 정병길 감독의 ‘악녀’ 상영회에는 300명의 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특히 영화가 상영되는 비슷한 시간대에 스웨덴 국민이 열광하는 스웨덴과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 간 경기가 열려 관객이 저조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늦은 시간 상영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상영되기 한 시간 전부터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영화관 측은 관객들이 많이 모여들자 전날과 달리 매표소 좌우에 있는 양쪽 출입구를 통해 관객들을 입장시켰다.

두 시간 정도 영화가 상영된 뒤 100여 명의 관객들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서 정 감독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스톡홀름 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된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정 감독은 “처음 상영을 시작할 때 얼떨떨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영화가 끝나니 반응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며 스웨덴 관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진행자는 ‘악녀’와 정 감독의 이전 작품과 다른 점, ‘악녀’를 찍으면서 특별히 염두에 뒀던 점이 무엇인지 물었고, 정 감독은 “악녀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비주얼적인 면에 신경을 많이 쓴 영화”라고 소개했다.

또 진행자는 영화 시작 부분이 마치 전자오락실에서 슈팅(사격)게임을 하듯 1인칭 시점으로 촬영된 것에 놀라움과 함께 찬사를 보내며 이런 기법을 사용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질문했다.
정 감독은 “1인칭 시점으로 액션을 만든 것은 관객이 주인공인 된 듯한 착각이 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악녀’를 만들게 된 동기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정 감독은 “열 살 때 봤던 영화 ’니키타‘가 충격적이었고, 언젠가 영화감독이 되면 내 식대로 니키타를 재해석해서 오마주를 표현하고 싶었다. 거기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면서 “칸영화제에서도 이 영화가 상영됐는데, 니키타의 후광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주인공으로 김옥빈 씨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정 감독은 “캐스팅할 때 악녀 같으면서도 착해 보이고, 촌스러워 보이면서도 세련돼 보이는 등 여러 가지 면을 가진 배우를 찾았다”면서 “김옥빈 씨가 악녀에 가장 적합한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부 관객들은 영화 장면 속에서 특히 오토바이를 타고 쫓고 쫓기며 싸우는 모습을 촬영한 기법에 대해 감탄하며 구체적인 촬영기법을 묻기도 했다.

이에 정 감독은 “오토바이 추격 장면은 리얼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달리면서 찍었다. 오토바이 바퀴 밑에 카메라를 달아서 찍었다”고 소개했다.
관객들은 벌써 정 감독의 차기 작품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정 감독은 “차기작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한국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일본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미국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영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아리 후나르 토르스타인손씨(29세)는 ‘악녀’에 대해 “정말 대단한 액션 스릴러이고 복수극이며 로맨틱도 담겼다”면서 “영화의 모든 면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서 한국에서 훌륭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국 영화들이 아주 대단하다”면서 “특히 한국 영화감독 가운데 박찬욱 감독은 스웨덴은 물론 북유럽 국가에서 유명하다”면서 박 감독의 작품을 열거하기도 했다.

앞서 9일 오후 같은 시간대에 스칸디아 영화관에서 열린 변성현 감독의 영화 ‘불한당’ 상영회 때에도 주중 늦은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의 관객들이 모여 영화를 감상했다.
이사벨라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20대 여성은 “한국 영화를 좋아해 기회가 닿으면 보고 있다”면서 “영화제 기간에 한국 영화 여러 편을 접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지오바니 보르톨로티(32세)씨는 영화 ‘불한당’에 대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 결말이 날지 모를 정도로 많은 반전이 있는 대단한 영화”라면서 “매우 독창적이고 충격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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