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루블레프에 3대1 승리
한국, 14년만에 투어 정상

▲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를 제패한 뒤 트로피를 받아들고 감격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승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54위·삼성증권 후원)이 한국 선수로는 14년10개월 만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정현은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총상금 127만5000달러) 결승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37위·러시아)를 3대1(3<5>-4 4-3<2> 4-2 4-2)로 제압하고 자신의 첫 투어 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정현의 종전 투어 대회 최고 성적은 올해 5월 BMW 오픈 4강이었다.

한국 선수가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투어에서 이형택(41)이 정상에 오른 이후 14년10개월 만이다.

정현은 우승 상금 39만달러(4억3000만원)를 거머쥐었다.

21세 이하 상위 랭커 8명이 출전한 이 대회의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정현은 세계 테니스를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결승전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정현은 상대의 강력한 서비스에 눌려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1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서도 자신의 첫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당해 위기에 처했지만, 루블레프의 서브가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브레이크에 성공해 타이브레이크로 끌고 갔다.

그때부터 루블레프는 감정 기복을 드러내며 샷 정확도가 떨어졌고, 정현은 날카로운 백핸드다운 더 라인을 앞세워 2세트를 잡아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 루블레프의 첫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기분 좋게 출발한 정현은 게임 스코어 2대1에서 브레이크 당했지만, 다시 상대 서비스 게임을 잡아내며 세트 스코어 2대1로 역전에 성공했다.

정현은 4세트 첫 게임에서 긴 랠리 끝에 루블레프의 서비스 게임을 잡았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루블레프는 화를 못 참고 애꿎은 공에 화풀이했다.

강력한 ‘멘털’이 최고의 강점인 정현은 건너편 코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신경 쓰지 않았고, 게임 스코어 3대2에서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지켜 마지막 포인트를 따냈다.

경기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정현은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벌려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번 대회는 ATP 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지 않지만, ATP 인터넷 홈페이지는 ‘정현이 투어 대회 첫 결승에 나섰다’고 명시해 투어 대회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세트당 4세트, 40대40서 듀스 미적용, 포인트 이후 25초 이내 서브, 선심 대신 호크아이 판정, 레트(네트에 맞고 코트에 들어간 서브) 미적용 등 테니스 ‘스피드업’을 위한 다양한 새 규정을 도입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정현은 “매우 행복하다”며 “루블레프와는 조별리그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1세트를 먼저 내주고, 2세트에서도 초반에 브레이크를 당해 화가 나고 조바심도 생겼다”며 “그래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에 폭소가 터지게 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2017 시즌을 마친 정현은 “좋았던 때도 있었고 힘들었을 때도 많았다”고 돌아보며 “투어 대회 4강도 가보고 메이저 대회 32강에 간 것은 수확이었지만 프랑스오픈 끝나고 컨디션이 좋았을 때 부상으로 쉬게 된 점은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올해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과 두 번 만나 모두 패한 그는 ‘내년에 다시 만난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물음에 “세계 최고 선수와 붙어본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며 “내년에 다시 대결 기회가 생기면 좀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초대 챔피언에 오른 정현은 “이렇게 의미 있는 대회 우승으로 시즌을 마쳐 기쁘고 이 대회는 앞으로도 좋은 대회로 유지되기를 바란다”며 “시즌이 끝났으니 당분간 쉬면서 2018년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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