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뜻에 따라 연명치료 결정
존엄사법 내년 2월 시행 앞두고
내년 1월 중순까지 시범 실시

▲ 성인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대학 때 그림동아리 2년 선배가 10월 중순 세상을 떠났다. 그 선배는 간경화로 투석에 의존해 누운 자신을 못 견뎌해서 3년 전 스스로 투석기기를 뽑고 말리는 간호사를 밀치며 병원을 뛰쳐나왔다. 품위를 잃고 연명치료로 누워 있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선배였다. 아들에게 대학 동아리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동아리 동료, 후배들과 단톡을 즐겼다. 통증이 있을 때 친구와 전화로 추억을 나누었다. 외국계 회사의 국내 사장과 아시아 지사장까지 역임한 찬란했던 젊은 시절을 반추하며 존엄사로 생을 마감했다.

502년 전에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보면 ‘안락사’ 부분이 나온다. ‘유토피아’에서는 환자들이 극진한 간호를 받고 약이나 음식은 아낌없이 제공된다. 불치병 환자는 옆에 앉아 이야기해주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불치병으로 끝없는 고통이 계속되면 신부와 공무원이 환자를 찾아가 “당신이 앞으로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합시다. … 왜 병균을 계속 살리려 합니까? 당신의 삶이 당신에게 비참한데 왜 죽기를 머뭇거립니까? … 우리는 당신을 풀어주려 합니다. 당신의 고통을 끝내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것은 신을 대신해서 말하는 목자의 충고에 따르는 것이므로 경건한 것입니다”고 권고한다. 수용하는 환자는 스스로 굶어 죽거나 약을 먹고 자는 형태로 고통없이 생을 마감한다. 이는 엄격하게 자발적인 것이어야 하며 만일 환자가 거부하면 전과 동일하게 계속 친절하게 대우해 준다. 안락사에 동의하면 명예로운 죽음이 되고, 적절하지 않은 이유로 자살하게 되면 불명예로 판정한다. 유토피아의 ‘안락사’는 시대를 앞선 이상사회에서의 상상 속 이야기였다.

9월 중순에 돌아가신 필자의 숙부는 평소 자식들에게 혹시 당신이 쓰러지고 의사 표현을 못하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했다. 당신이 목욕탕에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된 시점은 시간이 지체돼 뇌진탕으로 피가 고여 어려운 상태였다. 조카는 당신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하며 추가 수술을 하지 않았다. 며칠 혼수상태 끝에 임종을 맞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존엄사 문제가 현실의 문제임을 알았다.

일론 머스크는 2025년에 화성에 인류를 보낼 ‘다행성 인류 만들기’ 계획을 발표하고 신청자를 모집했다. 1만명 신청자 중에서 100명을 선발했다. 화성으로 100명씩 1000번 보내려 한다. 2125년까지 100만명 다행성 신인류 후손들이 그 곳에서 번성할 예정이란다.

신장암을 앓던 베드포드 박사가 1967년부터 75세로 냉동인간이 된 이후 동면중인 200여명이(Alcor·생명연장재단) 2040년 이후 깨어날(?) 예정이다. 이후에 우리는 우주동면 의료광고도 볼 것 같다. “불치병 환자를 화성에서 고쳐줍니다. 치료법이 완성된 이후 병을 고쳐드립니다.” 지구 부자인 불치병 환자를 화성 영주권을 주면서 냉동으로 잠들게 하고, 치료법이 개발된 이후 완치시킨다고 선전할 것 같다. 불치병 노인상대 의료관광 우주여행을 홍보하지 않을까?

보건복지부가 내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 즉 ‘존엄사법’의 시행을 앞두고 10월23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존엄사법에 담당의사와 해당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 받은 환자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와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환자 본인이 직접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으로 연명의료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

115세 이상 될 장수명 시대에 우리는 마지막 10년을 병원에서 지낼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의 미래 선택은 무엇일까? 지구 냉동인간도 못되고, 우주로 갈 자신도 없고, 존엄사로 스스로 치료를 거부할 확신도 쉽지 않다. 발전의 논리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에 몰두하는 인류도 상존한다.

성인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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