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박지는 목라근자를 데리고 가 다시 가야산 군영의 뇌옥에 가두었다.

아버지와 헤어진 목만치가 눈물을 닦으며 박지에게 말했다.

“박지, 나의 아버지를 담보로 해 나라를 찾겠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요.”

“본래 그 나라가 누구의 나라였소? 내 나라를 다시 찾겠다는 데 무엇이 무리하단 말이오?”

“나라를 찾는 데는 협상이 아니라 힘이 필요하오.”

“그렇지 않아도 보여줄 게 있소. 후누 장군, 목장군을 안내하시오.”

후누는 목만치를 가야사의 넓은 절 마당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철갑옷으로 무장한 군사 천여 명이 질서정연한 대오를 이루고 서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전의가 번들거렸고, 얼굴에는 기개가 서려 있었다.

후누장군이 목만치에게 말했다.

“우리의 군사를 보시오. 전투 명령만 기다리고 있소. 대가야 회령대왕의 아들 꺽감과 여옥왕비가 온 이래로 대가야군의 사기는 충천해 있소.”

목만치는 예상외로 많은 군대의 규모에 속으로는 깜짝 놀랐으나 홍소를 날리며 말했다.

“하하하, 각 나라에서 농투성이를 끌어 모은 이런 오합지졸로 어떻게 우리 백제 정규군을 상대하겠소? 우리 백제군은 훈련이 잘된 병사로만 만 명이고, 그 중 삼천 명은 기병이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일 될 것이오.”

“백제군 군사 대부분은 지리산 너머 육가야를 정벌하러 가고 잔병이 겨우 2천도 안 된다는 걸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소. 목라근자를 내주지 않고도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당신의 군대를 물리치고 대가야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소.”

“언제든지 쳐들어오시오, 후누장군. 저와 다시 일합을 겨룹시다.”

협상은 결렬되어 목만치는 단기필마로 어라성으로 돌아갔다.

광개토태왕은 후연의 모용성을 고구려 밖으로 쫓아내고 곧바로 평양으로 돌아왔다. 후연의 수도인 용성으로 진격하지 않은 것은 후방에 있는 백제의 아신왕이 뒤통수를 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가야로 내려 보낸 소후와 꺽감의 일도 염려스러웠다.

태왕은 백제의 아신왕에게 사신을 보내 친서를 전달했다.

‘짐의 노객, 아신왕은 들어라. 노객은 이번 전쟁을 부추겨 가야 일곱 나라를 뱀처럼 삼켰으니 그 행위가 교묘하나 참으로 사악한 일이다. 짐이 너를 응징하려고 평양으로 내려왔으니 가야 땅을 원상회복하도록 하여라. 특히 짐은 대가야에서 뇌질왕가를 회복시키기를 원하노라. 이를 위해 짐이 종발성에서 포로로 잡은 목라근자를 내주었으니 속히 대가야에서 목만치의 군대를 철수하라.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나의 군대는 노객의 군대를 진멸할 것이다.’

광개토태왕의 위협적인 친서를 받은 아신왕은 대가야에서 발을 뺄까 말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우리말 어원연구

많다. 【S】mahnta(마흔타). 【E】many, much. ‘mahnta’의 ‘h’와 많다의 ‘ㅎ’이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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