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군 합동 방사능 누출 적색비상 발령 가정한 주민대피 훈련 가봤더니

▲ 14일 울산 울주군 서생·온양·온산 등 원전 반경 10㎞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사능방재 보호훈련에서 버스로 대피한 주민들이 온산항 효성부두에서 하차해 고래바다여행선에 승선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14일 오전 10시 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돼 적색비상이 발령됐다. 비상경보망을 통해 이를 파악한 원전 인근 주민들은 신속하게 대피 채비를 갖췄다. 원전 반경 5㎞ 이내에 살고 있는 울주군 서생면 신암·마근·위곡마을 등 주민들은 개인차량 등을 이용해 즉시 집결지에 모인 뒤 준비된 버스에 올라 구호소로 이동했다.

대피 차량들이 도로로 쏟아지자 버스는 방향을 돌려 인근 온산항으로 향했다. 꽉 막힌 시내 방향과 달리 비교적 한산한 도로를 따라 수월하게 온산항에 도착한 주민들은 해군과 해경 등이 준비한 선박에 탑승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밖인 20㎞ 지점으로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환자와 노약자 등은 경찰과 소방이 마련한 헬기에 탑승해 위험지역을 벗어났다.

같은 시각 역시 도로에 갇힐 위기에 처한 반경 10㎞ 이내 서생·온산·온양 주민들도 온산항으로 이동해 선박에 올랐고, 일부 온양 주민들은 남창역으로 방향을 돌려 기차에 탑승했다. 주민들이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밖으로 대피하는데 걸린 시간은 3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방사능 탈출훈련 다변화

차량과 기차 등 육로에 의존했던 방사능방재 비상 탈출방법이 해상과 육상, 즉 선박과 항공으로 다변화됐다. 이에 따라 인근 주민들의 대피도 한층 원활해질 전망이다. 또 이들이 도로를 이용하지 않음에 따라 도심지 주민들의 대피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게 됐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이날 서생면과 온산·온양읍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사능 누출로 인한 적색비상 발령을 가정한 대규모 주민소개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는 주민 550여명과 유관기관 관계자 등 650여명이 참여했다. 복합재난을 가정한 대규모 육해공 주민대피 훈련은 전국 최초다.

시와 군은 그동안 실시한 방사능방재 비상훈련이 육로에 국한돼 복합재난에 의한 도로 유실이나 교통정체 등으로 한계가 뚜렷하다고 판단, 해상과 공중에 걸친 입체적인 주민소개 대책을 수립하고 실효성 점검을 위해 이날 훈련을 실시했다.

◇해상·공중 복합대피훈련

해상 대피훈련에는 울산해양경찰서 및 해군 제3함대, 고래바다여행선 등이 동원됐다. 각 마을에서 출발한 버스 5대를 타고 온산항 효성부두에 도착한 150여명의 주민들은 선박 3척에 나눠타고 약 15㎞ 떨어진 장생포항으로 이동했다. 훈련이라는 점을 감안해 대피경로를 단축시킨 것으로, 실제 상황 발생시 주민들은 30㎞ 이상 떨어진 월성원전 전용부두나 영일만항까지 대피하게 된다.

재난 취약계층 및 지연 소개자 등을 위한 공중 대피훈련은 간절곶스포츠파크에서 실시됐다. 12명의 주민들은 경찰과 소방이 준비한 헬기를 타고 남구 태화강 간이야구장까지 이동한 뒤 버스로 구호소인 UNIST 체육관에 도착했다. 울주군은 원활한 항공 대피를 위해 현재 5곳인 서생면 내 헬기 임시착륙장을 추가하고 온산 및 온양 등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육상 탈출로에 대한 점검도 병행됐다. 일부 주민들은 버스를 이용해 지정대피로를 따라 구호소로 이동했고, 기차에 탑승한 주민들은 남창역에서 태화강역으로 이동했다. 구호소인 UNIST 실내체육관에 도착한 주민들은 이재민 등록 및 구호물품 수령 등 구호소 생활을 체험하고 다양한 방사능방재 및 행동요령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울산시는 이번 훈련에서 지적된 문제점을 현재 개정 중인 ‘울산광역시 및 각 구·군 방사능방재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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