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권 온산소방서장

수명의 신장은 인류가 달성한 최대의 성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영양과 위생, 의료, 보건, 경제생활이 개선되면서 인류는 장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세계적으로 1초마다 두 사람이 환갑을 맞이하고, 해마다 5800만명이 환갑을 맞는다. 인구고령화는 세계 모든 지역에서, 그리고 다양한 발전수준에 있는 나라들에서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고 있다. 대가족 제도 중심이었던 가족 구성은 산업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가구의 규모가 축소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노인인구의 비율 또한 2000년도에 7.2%로 진입한 이래로 2018년 14%, 2026년에는 20%로 증가되는 초고령화 사회가 시작될 것이다.

특히 농촌은 도시보다 20년 이상 앞서서 빠르게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농촌지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1년 34%에서 지난해 40%로 늘어났다. 농촌지역 인구 10명 가운데 4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이며 가구형태 또한 변화하여 노인 1인, 노인 부부만 거주하는 노인 단독가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고령화 현상은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키지만 화재 등 재난·재해에 취약하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 신체가 노후하고 주위에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어서 유사시 초기대응능력이 미흡하고 화재 사실을 조기에 인지하지 못해 인명 피해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농촌지역은 주택화재 시 ‘화재의 늦은 발견’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주택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발화시점에서 3분 이내에 대피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미국은 이미 30여년 전부터 단독경보형 감지기 보급에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 현재 95% 이상의 가정에 1개 이상의 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그리고 미연방방재협회(NFPA)의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 정상작동하는 화재경보기의 설치 여부에 따라 화재사망률이 50% 가까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2011년 8월4일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주택에 설치하는 소방시설)가 신설, 공포됨에 따라 2017년 2월4일까지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되었다. ‘설치기준’에 따르면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구획된 실마다, 소화기는 세대별·층별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가격은 대략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1만원, 소화기가 2만원 정도이다.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이에 소방관서에서는 적극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농촌 오지지역 ‘화재안전마을’에 기초소방시설을 우선적으로 보급하고 있지만 강제규정이 없고 주민들의 관심이 부족한 탓에 농촌지역에 설치된 주택용 소방시설은 미비한 실정이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는 고령화된 농촌지역의 화재사고 감축 효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지만 주민들의 안전의식 제고와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화재 초기 소방차 한 대의 효과가 있는 소화기와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화재를 감지해 대피하도록 알려주는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고령화된 농촌지역에 필수적인 구성요소임을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시대와 문화적으로 차이는 있었겠지만 노인은 사회적으로 존경과 우대의 대상이었다. 유학사상으로 충만하였던 동양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충효사상을 바탕으로 노인에 대한 공경을 사회적으로 제도화하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여 노인층 인구가 급증하고 사회·경제적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노인의 희소성이 사라졌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부양자로서 사회적부담을 크게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노인층은 과거의 노인들이 받을수 있었던 효도를 바탕으로 한 공경은 기대할수도 없는 회색지대에 놓이게 되었고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현실이기 때문에 농촌지역 고령화에 따른 안전대책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화재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킬수 있는 손길이 고령화된 어르신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하고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임을 잊지말자.

김상권 온산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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