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야 할 공동체사회
남을 배려하며 따뜻한 마음 나누는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시간 됐으면

▲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별일 없으시죠?” 평소 지인들과 나누는 인사말인데, 요즘은 새삼 깊게 와 닿는다. 지난 15일 포항에서의 5·4 지진 이후 왠지 다행이라는 안도감으로 나누는 인사말이 되었다. 강의에 빠진 학우에게 안부전화를 했다. “집에는 별문제가 없는데, 무서워서 밤새 잠을 설치고… 여진에 더 놀라고… 두통이 안 가셔서 운전도 도저히 못하겠고… 조그만 소리에도 예민해져서…일상생활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온다.

포항 지진으로 대입수능도 일주일 연기됐다. 시험이 미뤄지면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더 준비하고 긴장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고3 아들을 둔 지인은 “도시락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들은 버린 수험서를 새로 구입하고… 면접 일정이 조정돼 예매를 취소해야 하는…” 복잡한 심정을 전해온다.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라고 위로를 전한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칼바람이 기승을 부리는데, 대피소에서 지내야 하는 이재민은 아니어서. 그리고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공부해야 하지만 혹시 수능을 치루다 큰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니깐. 그러면서 자꾸만 포항을 향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재민들이 힘내시길, 고3 수험생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기원하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진학은 삶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여겨져 왔다. 생애발달 단계에서 이러한 경향성은 우리 사회만의 특성은 아니다. 10대 청소년의 성장드라마를 그린 미국 영화 ‘It’s Kind of A Funny Story, 2010’에서도 좋은 대학 진학에 대한 부모의 기대와 주인공의 불안이 묘사되고 있다. “좋은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면? 좋은 직업을 못 잡는다. 멋진 인생을 살 수도 없다. 그럼 여자도 못 사귄다. 그럼 더 우울해 질 거다” 10대 남자 주인공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대학만이 우리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도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포항 지진으로 대입수능이 연기되고 잠시 악플과 선플로 홍역을 치르면서 어쩌면 대학진학에 대한 우리사회의 민낯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생존과 안전의 문제에 노출돼 있는 이웃을 위해서는, 개인적 불편을 감수하는 공동체 의식을 가르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아이들이 어떤 어른이 되는가는 기존 세대인 우리가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배우게 했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삶은 결코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23일 시행되는 수능을 앞두고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진의 강도에 따른 대응요령을 마련했다고 한다. 진앙에서 가까운 포항 북부 고사장 4곳은 피해가 작은 포항 남부로 옮겨 실시한다. 수능 당일 입실 이전에 강한 여진이 발생하면 포항 밖에 준비된 12개 예비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다. 혹 시험 중에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정도에 따라 3단계로 대응이 달라진다. 수험생들은 예비소집에 참석해 시험장을 확인하고, 시험 중 발생할 수도 있는 지진 대비 매뉴얼을 확인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과 긴장감은 높다.

15일 이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3 이상의 여진만 모두 6차례였고, 더욱이 긴박한 상황에서 이 같은 매뉴얼이 제대로 잘 작동하고 지켜질지, 실제 지진이 일어나면 불안감에 생각 없이 뛰쳐나가게 되지 않을지, 이로 인한 혼란과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책 떨어지는 소리에도 철렁하고, 진동이 느껴지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는, 심지어 안전모를 곁에 두고 공부한다는 신문기사에 가슴이 짠하다.

연기한 수능을 쫓아온 한파는 “수능 당일 아침 날씨가 매우 춥고 오후에도 기상상태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상청은 전한다. 포항의 수험생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지진과 추위, 대입수능의 긴장감으로 어려울 때 우리 사회가 그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마음 나누는 따뜻한 공동체 경험의 시간이 되길 소망해 본다.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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