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언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울산에서 다문화 정책을 넘어 문화다양성 정책을 공식적으로 펼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중앙정부로부터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울산문화재단의 무지개다리사업이 그것이다. 아직은 실태조사, 학습과 포럼, 인식 개선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과 캠페인 그리고 몇몇 작은 프로그램뿐이지만 문화다양성의 인본적 가치와 시대적 필요에 따라 마땅히 확대될 것이다. 선주민과 이주민 등 시민 구성의 스펙트럼이 유독 다양한 울산에 특히 더 요구되는 정책이자 사업이다. 문화다양성이란 무엇인가. 2014년 시행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문화다양성법)은 문화다양성을 ‘집단과 사회의 문화가 집단과 사회간 그리고 집단과 사회 내에 전해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을 말하며, 그 수단과 기법에 관계없이 인류의 문화유산이 표현, 진흥, 전달되는데 사용되는 방법의 다양성과 예술적 창작, 생산, 보급, 유통, 향유 방식 등에서의 다양성을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다양성은 모든 문화가 지닌 본질적이고도 보편적인 특성이며, 따라서 문화다양성은 휴머니즘 차원에서 보장해야 할 인간의 기본권리다.

그럼에도 이러한 설명을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은 까닭은 필시 경직된 단어나 그 단어들의 낯선 조합 때문이 아니라 자신 또는 주류 중심적인, 그리고 내편 네편 가르기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오랜 후진적 행태 때문이리라. 나와 같지 않으면 ‘틀렸다’고 하는 우리의 무지와 교만 때문이리라. 사회적 조건과 환경이나 생태적으로 주어지는 문화적 차이란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일 뿐인데 말이다. 그러므로 문화다양성은 ‘문화 간 공존’과 ‘새로운 문화의 창조’를 위한 존엄한 가치이자 전제이다. 여러 다른 법률들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정책의 주요 원칙으로 문화다양성을 제시한다. 문화기본법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함을 국민의 권리로, 또 ‘문화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존중되고 문화의 창조성이 확산되도록 할것’을 문화정책 수립·시행상의 기본원칙으로 규정했다. 지역문화진흥법의 기본원칙 또한 ‘지역문화 다양성의 균형있는 조화’이다.

우리는 모두가 소수자다. 같은 상황에서 각자의 생각이 다 다르다는 것을 늘 확인하면서도 우리는 너무나 쉽게 타자에게 윤리적 잣대를 들이댄다. 당신은 틀렸어, 하면서 장애인, 노인, 여성, 결혼 이주민, 북한 이탈 주민 등에 가해지는 차별과 세대, 이웃, 종교, 인종간 끊이지 않는 갈등은 모두 문화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교만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여기서 예외인 자는 아무도 없다. 옳고 그름, 좋고 싫음의 문제를 넘어 나의 취향과 성격과 사고방식은 존중 받기 바라면서 타자의 취향과 성격과 사고방식은 잘못되었다니. 당신도 나도 다 소수자인데!

그래서 문화다양성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은 문화적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가지며, 다른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문화다양성법의 규정대로 개인의 책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수용의 정도는 유럽사회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문화다양성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울산문화재단은 먼저 직원들부터 학습하게 했고, 곧 팀별 성과 공유회를 가질 예정이다.

문화다양성 정책이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매우 중요한 정책 중 하나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부산 등 7개 지자체와 경기도교육청이 벌써 문화다양성 조례를 제정해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로 6년째인 무지개다리사업은 중앙정부의 대표적 문화다양성 정책이며, 울산문화재단 등 공모로 선정된 전국 25개 기관이 3년간 추진하게 된다. 문화다양성은 시나브로 창조도시와 미래사회의 시금석이자 이를 이끄는 깃발이다. 생물의 종다양성이 자연생태계의 건강과 안정을 담보하는 필수 요소인 것처럼 문화다양성은 우리의 일상적 삶과 그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필수 요소다. 당신이 틀렸다면 나도 틀렸다. 내가 당신과 다르다면 당신도 나와 다르다. 무지개가 정녕 아름다운 것은 일곱 색깔의 서로 다름에서 오는 엄연한 차이 때문일 것이다. 차이를 즐기자. 차이의 아름다움을 즐기자.

박상언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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