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레슬링선수 알리레자 카리미-마치아니.

유망한 이란 레슬링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우세했던 경기를 누가 봐도 고의로 패배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 선수가 일부러 경기를 포기하다시피 한 것은 승리하면 다음 경기에서 이스라엘 선수를 만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논란은 폴란드에서 열린 23세 이하 세계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이란 자유형 86㎏급 레슬링 대표 알리레자 카리미-마치아니의 25일(현지시간) 16강전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퍼지면서 불붙었다.

카리미-마치아니는 이 경기에서 2회전 1분 30초께까지는 러시아 선수에 3-2로 앞서고 있었다.

동영상을 보면 이 때 경기장 밖에서 “져야 해, 알리레자”라는 소리가 들린 뒤 그의 코치가 작전시간을 요청한다.

이후 카리미-마치아니는 허무하게 옆굴리기 6번을 연속으로 허용, 12점을 내리 내줘 3-14로 패배해 버린다.

레슬링 규칙상 10점 이상 차이가 나면 경기 도중이라도 승패가 결정된다.

동영상에서 보면 카리미-마치아니는 상대의 옆굴리기 기술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오히려 회전을 돕는 것처럼 보인다.

이 경기에서 이겼다면 그는 8강전에서 이스라엘의 유리 칼라시니코프와 대결해야 했다.

이를 두고 이란 네티즌들은 정치 때문에 스포츠가 오염됐다는 비판론과, 이스라엘인과 경기하느니 차라리 명예롭게 패배하는 게 낫다는 옹호론으로 양분됐다.

그는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침묵은 마지막 보루, 아무도 내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는 이란 유명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거리를 배회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란레슬링협회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탓에 이스라엘과 스포츠 경기를 금지한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정치적으로 상대를 최악의 적성국으로 여긴다.

올해 8월 이란 축구대표팀 주장 마수드 쇼자에이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소속팀인 그리스 파니오니오스FC와 이스라엘 마카비 텔아비브와의 경기에 출전했다가 대표 자격이 박탈됐다.

이란뿐 아니라 아랍권 선수들이 종종 이스라엘 선수와 대전하지 않으려고 국제대회에서 몰수패 하거나 악수를 거부하기도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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