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음악과 수학의 본질적 관계는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만물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라 하며 피타고라스학파를 이끌었는데, 그 자신이 하프를 직접 연주하면서 조화로운 소리가 나는 특정 음들을 찾았다.

조화로운 음을 발하는 현의 길이 비를 나열하니, 그 역수가 이웃한 두 수의 차가 일정한 등차수열을 이루고 있었다. 지금도 ‘역수가 등차수열을 이루는 수열’을 조화수열이라고 한다. 음 사이에 있는 수학적 비례를 발견한 피타고라스는 고대 그리스의 5도 음률을 만드는데 이것이 우리가 음정이라고 부르는 것의 기원이다.

프랑스의 수학자 메르센은 모든 음정이 정수비이나, 음과 음 사이의 진동수 간격은 일정하지 않은 순정음률을 보안하기 위해, 반음 사이의 진동수 비율을 일정하게 하는 평균율을 제안하였다. 따라서 평균율에서 음정의 진동수는 한 옥타브가 올라가면 2배가 되는 등비수열을 이룬다. 바흐에 의해 평균율이 발전된 후, 대부분의 서양 음악은 이를 따랐으며, 피아노도 평균율로 만들어진다.

19세기 초까지 활동한 프랑스의 수학자 푸리에는 어떤 주기적 파형도 사인과 코사인 함수의 파형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악기의 음파를 기본 파형으로 분해할 수 있으니, 아무리 웅장한 오케스트라도 파형 분석을 통해 각 악기의 소리를 세세하게 분석할 수 있다. 푸리에의 이 발견은 신디사이저 같은 전자 악기를 탄생뿐만 아니라 현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베토벤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불후의 명곡들을 작곡할 수 있었을까. 베토벤의 아름다운 월광소나타에 푸리에 분석을 적용하면 음의 주파수들이 등비수열을 이루고 있는 부분이 많다. 베토벤은 소리를 들을 수는 없어도, 간단하지만 조화로운 수학적 배열이 가져오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천재성과 영감을 가졌음에 틀림없다. 누군가 말했던 것 같다. ‘수학은 이성의 음악’이라고.

정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