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미래세대 부담될 게 뻔한데 통과 안 돼”
김동철 “법정시한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 지키는 것”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가 끝내 무산된 2일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여론의 역풍 가능성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화와 타협, 양보를 통해 원만한 타결을 끌어내지 못한 여당 못지않게 야당 역시 대승적 협조가 부족했다거나 예산안 발목잡기를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예산안 처리 무산 직후 “안타깝다”,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법정시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예산이 통과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역풍 가능성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무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정시한 내 예산안이 통과 안 돼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역시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행 예산안대로는 절대 통과시킬 수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정 원내대표는 “올바른 예산안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합의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이 이해해주리라 생각한다”면서 “제대로 된 예산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 문제를 숙고하고 타협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가장 이견이 컸던 쟁점은 공무원 증원 문제라고 꼽으면서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국민이 세금을 적게 내게 해드리고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우리가 할 역할인데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 뻔한데도 정확한 예측 없이 통과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예산안 처리가 불발된 것은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원임을 강조하면서 야당으로서는 국민을 위해 제대로 된 예산 심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도 “법정시한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며 “세금으로 공무원을 증원할 수 없고, 세금으로 기업 임금을 도와줄 수 없다는 원칙은 훨씬 중요한 상위의 원칙이자 가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의 전망에 대해 “(여당이) 양보안을 갖고 와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여당이 물러서지 않는 이상 협상이 계속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한국당은 물론 이번 예산 국회에서 ‘캐스팅 보터’로서의 존재감을 보인 국민의 당으로서도 시한 내 협상 타결을 이뤄내지 못한 데 대한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는 상황이다.

자칫 연말까지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준예산’ 사태가 초래돼 민생·경제정책 등 국정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 처리가 계속 지연된다면 여론의 역풍이 일 수도 있는 만큼, 야당으로서도 추후 협상 과정에서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의 경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호남에서 비판이 비등하면서 지역구 의원들로부터 처리에 협조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는 반면,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 중인 안철수 대표 측에서는 여권과 차별화를 위해 국민의당의 주장을 관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할 수도 있다.

결국, 양당 모두 당의 존재감은 극대화하면서도 적정 수준에서 예산 협상을 타협으로 이끄는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