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도핑 조작 러시아 선수단에 개인 자격 출전 허용 가능성

▲ 2014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자국 국기를 흔들며 입장하는 러시아 선수단.

러시아, 국기·국가 없는 올림픽 출전 보이콧 강력 반발

러시아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여부를 판가름할 운명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5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국가 주도의 도핑 결과 조작 스캔들에 휘말린 러시아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허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외신에 따르면, IOC의 결정은 러시아 선수단 전체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불허, 개인 자격으로 출전 허용, 거액의 벌금 부과 등 세 가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도핑 추문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서 IOC는 직접 결정을 내리지 않고 국제경기단체(IF)에 종목별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승인 권한을 떠넘겼다.

이에 따라 육상과 역도를 제외한 러시아의 다른 종목 선수들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했다.

하지만 정밀 추적으로 IOC가 러시아의 광범위한 도핑 조작을 확인한 만큼 이번에도 IF에 결정권을 떠넘길 순 없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캐나다 출신 딕 파운드 IOC 위원은 4일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리우올림픽 때 IOC가 행동하지 않았다는 세계의 비판을 IOC는 고려해야 한다”면서 “IOC는 모든 증거를 평가해 올림픽 정신을 수호할 기회를 잡았다”며 IOC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를 촉구했다.

도핑 스캔들은 여러모로 현재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간다.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이 이끈 세계반도핑기구(WADA)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리우올림픽 직전 러시아가 2011∼2015년 30개 종목에서 자국 선수 1000명의 도핑 결과를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선수들의 소변 샘플과 혈액 샘플을 바꿔치고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맥라렌 보고서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 28명의 도핑 결과가 조작됐다고 적시했다.

데니스 오스발트 위원장이 주도한 IOC 징계위원회는 맥라렌 보고서와 별도로 러시아 도핑 스캔들을 파헤쳐 최근까지 소치동계올림픽에 나선 러시아 선수 25명의 성적과 기록을 삭제하고 메달 11개를 박탈했다.

아울러 해당 선수들을 올림픽에서 영구 추방했다.

WADA는 또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러시아가 맥라렌 보고서를 수용하지 않고, RUSADA를 외부 기관에 공개하지 않는 등 전 세계적인 도핑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2015년부터 이어온 RUSADA의 자격 정지 징계를 계속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러시아와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IOC가 이번에는 절대 침묵할 수 없는 여건이 조성됐다.

파운드 IOC 위원은 “IOC가 이번에도 책임을 회피한다면 신뢰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럴 거면 IOC가 왜 필요하냐”고 역설했다.

USA 투데이는 IOC가 러시아 선수단 전체의 평창행을 가로막기보다 러시아 선수들을 개인 자격으로 평창에 보내는 방안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했다.

러시아 선수들 개개인이 반도핑 기록을 증명하면 IOC가 이들을 개인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토록 배려한다는 내용이다.

이러면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국기도 달지 못하고, 금메달을 따더라도 러시아 국가를 들을 수 없다.

▲ 평창 때 입을 러시아 선수단 단복.

도핑 조작과 무관한 러시아 선수들을 올림픽에서 뛸 수 있도록 구제해야 한다는 이 의견은 미국반도핑기구를 포함한 37개 반도핑기구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IOC가 이런 결정을 내리면 평창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선수단 전체의 평창행을 불허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동계스포츠 5강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이탈은 평창동계올림픽 흥행에 큰 악재여서 IOC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전 세계 도핑 기준을 크게 훼손한 죄를 물어 IOC가 러시아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있으나 돈으로 올림픽 정신을 살 순 없다는 비판론이 우세해 IOC 집행위원회 문턱을 넘어서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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