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특활비 월 5000만∼1억 원 안봉근·이재만→박근혜 순차 전달

▲ 남재준(왼쪽)-이병기 전 국정원장.

남 前원장, 기업에 보수단체 지원 압박 혐의도 추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의혹에 연루된 두 전직 국가정보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남 전 원장은 재임 기간 총 6억 원, 이 전 원장은 이보다 많은 총 8억 원을 원장 특활비에서 떼어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하고 국고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두 전직 원장은 국정원장 임명에 대한 보답과 향후 임기 및 인사, 예산 편성 등 직무 수행 및 국정원의 현안과 관련해 각종 편의를 제공받을 것을 기대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병호 전 원장 시절 건네진 19억 원과 공천 여론조사비 등을 포함해 총 40억 원의 국정원 특활비가 박 전 대통령 측에게 전해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해왔다.

남 전 원장은 재임 시절인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원장 특활비로 배정된 40억 원에서 매달 5000만 원을 현금화해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전임 시절의 두 배인 월 1억 원을 현금으로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안 전 비서관은 이렇게 받은 돈을 다시 이 전 비서관에게 보냈다.

이 전 비서관은 국정원 돈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거나 본인이 금고 등에 보관해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재만(왼쪽),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청문회 불출석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특활비 상납은 은밀하게 이뤄졌다.

돈가방을 전달한 남 전 원장의 비서실장은 청와대 요청에 따라 청와대 파견 국정원 직원을 접견한다는 명목으로 청와대에 들어가곤 했다.

이 전 비서관이 직접 청와대 경내에 들어올 차량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 전 원장 때는 이 전 기조실장이 직접 돈가방을 들고 청와대 연무관 인근 골목길에서 안 전 비서관의 차에 올라타 은밀히 상납금을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본다.

박 전 대통령 측도 특활비 상납이 드러날 경우 문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남 전 원장은 뇌물 혐의 외에 기업을 동원해 보수단체 활동을 지원토록 한 ‘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도 받는다.

‘VIP(대통령) 관심사안’이라면서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의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이 전 기조실장에게 경우회 지원을 지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남 전 원장 지시를 받은 이 전 실장은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 김모씨에게 경우회 지원을 부탁했고,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현대기아차는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2014년 3월부터 2년간 경우회 산하 영리법인인 경안흥업에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25억 원의 이득을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수사 중인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특활비 상납 의혹과 관련해서도 추가 조사를 거쳐 기소하기로 했다.

이병기 전 원장도 혐의가 추가될 전망이다.

그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에게 1억 원을 뇌물로 건네고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에게 매달 특활비를 500만 원씩 전달한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국정원 상납액 사용처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사용처 조사를 위해 6일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검찰이 안·이 전 비서관을 기소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공범으로 적시한 만큼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 관련 수뢰 혐의로도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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