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유가 하락에 중동국가들 대형 인프라 공사 발주 대폭 축소
건설 수지 흑자가 10년 8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유가가 떨어지며 중동국가의 인프라 발주가 급감하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건설 수지는 4억2천870만 달러 흑자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32.9%나 줄었다.
건설 수지 흑자 규모로 보면 2007년 2월(3억9천70만 달러) 이후 최소다.
건설 수지는 한국이 해외 건설로 번 공사대금 등 수입액에서 현지 자재 구입액, 임금 지급액 등을 뺀 금액을 뜻한다.
건설 수지는 그동안 서비스수지 적자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가공서비스, 운송, 여행, 지식재산권사용료 등 다른 서비스수지 항목은 대부분 적자였지만 건설 수지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래 월간 기준으로 늘 흑자를 냈다.
2007∼2014년까지는 월간 건설 수지 흑자가 10억 달러가 넘는 일도 흔했다.
그러나 건설 수지 흑자 규모는 2015년부터 쪼그라들기 시작하더니 올 들어선 월간 흑자가 10억 달러를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건설 수지 흑자가 줄어든 데는 2014년 하반기부터 나타난 국제 유가 하락 탓이다.
국제 유가는 2014년 상반기까지 100달러를 넘기도 했지만 이후 가파르게 떨어져 지난해 초 한때 2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오일 머니가 줄어들자 자금 사정이 나빠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중동국가들은 대형 인프라 공사 발주를 대폭 축소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과도 같은 중동에서 수주 물량이 줄며 건설수입이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건설 수지 흑자 규모가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1년 전보다 38.9% 감소한 281억9천231만1천 달러로 2006년(164억6천816만4천 달러) 이후 가장 작았다.
최근 유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해외건설 수주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11월도 해외 건설 수주액은 226억2천25만4천 달러로 작년 동기(233억1천163만6천 달러)보다 3%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2014년 하반기부터 유가 하락 때문에 중동국가의 발주가 줄었다"며 "최근 유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충분히 오르지 않은 탓에 중동을 중심으로 한 해외 건설 수주가 여전히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