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우사가 하지왕에게 말했다.

“흉노족 왕자인 김일제가 우리 김씨의 시조라는 게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라면 사서 중에 가장 정확한 기록 아니오? 헌데 북방 오랑캐 흉노족의 왕자가 모든 김씨의 시조라니!”

하지왕은 금관가야로 가는 내내 머리에 의문이 들고 혼란이 일었다.

금관가야에 들어서니 넓은 들이 나왔다. 북쪽으로는 신어산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고 동쪽의 낙동강 연안은 예로부터 빼어난 곡창지대였다. 구지봉 쪽에는 금관성이 있고, 그 옆에는 아라가야의 군인들이 주둔하면서 금관성을 지키고 있었다. 일행 셋은 주작대로에 있는 고상식 건물인 객잔에 짐을 풀었다.

우사는 보따리에서 가야사 책을 꺼내 하지왕에게 보여주며 흉노족과 왕자 김일제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마, 우리의 조상 흉노족은 비천한 북방 오랑캐가 아니라 철기로 중국과 서역을 정복한 위대한 기마민족이었습니다.”

한나라를 창업한 유방은 흉노와의 전쟁에서 패배해 포로가 되는 굴욕을 당했다. 유방은 흉노족의 대왕에게 그의 신속이 되는 조건으로 풀려나 매년 황금 3천 냥과 아리따운 여인 3백을 조공으로 바쳤다.

한나라 7대 황제인 한 무제는 대대로 이어지는 이런 치욕을 끊고자 흉노를 정벌하는 북벌을 단행했다. 하지만 강대한 흉노족에게 연전연패를 당했다. 그 와중에 태사공 사마천은 흉노족에 항복한 장수 이릉을 변호하다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무제는 젊은 장수 곽거병을 기용하여 마침내 흉노족을 정벌하는 데 성공했다. 한 무제는 흉노족의 왕을 죽이고 그의 비빈들을 자신의 처첩으로 삼았으며 왕자 휴저는 천한 마방의 말구종으로 족강시켰다.

휴저가 처음 곽거병 장군의 포로가 되어 장안의 뇌옥으로 압송되었을 때 뇌옥의 깊은 방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한 중죄인을 만났다.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 번들거렸으나 사형수답지 않게 온화한 얼굴이었다. 이마는 넓고 반듯해 지혜로워 보였고, 눈썹은 짙고 단정하며, 눈은 가늘고 길어서 봉안이었다. 안광에 문기가 은은히 감돌고 있어 죄인이지만 기개가 높은 문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태사공 사마천이었다.

사마천이 뇌옥 방에 들어오는 휴저를 보며 말했다.

“제천금인이 들어오시는군.”

 

우리말 어원연구

투르크계 유목민족인 흉노족은 뛰어난 기동력과 용맹한 전투력, 우수한 철제무기로 항상 중국을 괴롭혀 왔다. 세계 7대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만리장성도 강대한 북방민족인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이다. 흉노족은 중국 중원을 장악하기도 했으며 중앙아시아와 서방으로 진출해 유럽을 정벌했으며 훈족나라인 헝가리를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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