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지역 중소기업 초비상

주력산업 부진탓 일감 급감
인력 줄이기 등 자구책 고심
1년짜리 정부지원 효과 의문
상여금 산입범위 포함 논란
정부 올해 안 결론낼 예정

내년 1월1일부터 최저임금이 현행 6470원에서 16.4% 인상된 7530원으로 조정됨에 따라 울산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도 초비상이다.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산업이 연쇄적으로 불황에 허덕이면서 그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계와 상공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엎친데 덮친 형국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20일 앞두고 울산지역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업계에 닥친 현실과 대책, 생존전략 등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해법 못찾는 중소기업들

울산 북구 신천동의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인 H사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발표된 이후 지난 9월 ‘선제적으로’ 32명이던 생산직 직원 가운데 4명을 줄였다. 모기업인 현대차의 판매 부진으로 일감이 줄은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내년부터 크게 오르는 최저임금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 업체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에만 일감이 절반 넘게 줄었다. 우리 업체의 경우 전체 직원 28명 가운데 20명이 최저임금 인상 대상인데 고용 인원이 많고, 기계 자동화가 어려운 업종은 문을 닫겠다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 중소기업 가운데 내년부터 큰 폭으로 오르는 인건비 부담에 인원을 감축하는 것은 물론 폐업을 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8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이 발표된 이후 북구 효문동의 봉제·가공 등 영세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6곳이 문을 닫았다. 이들 업체는 최근 몇 년 새 일감 부족 등으로 인한 경영난에 시달린데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면서 퇴직금 정산에 따른 부담으로 연말을 앞두고 ‘선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 효문동의 자동차부품제조업체 S사도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S사 대표는 “중소기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퇴직금 중도 정산이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는데, 업종별·기업규모별 차등 적용방안도 전무한 상황에서 이것마저도 쉽지 않아 내년부터는 기업 운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업체외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해당되는 직원이 없는 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률에는 못미치지만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데다 최저임금만큼 퇴직금부담도 커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정부지원책 미봉책…반응 싸늘

정부가 내년 1년간 고용인원 30인 미만 과세소득 5억원 미만의 사업장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지급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4대보험에 가입된 근로자에 한정된데다 한시적이어서 지역 중소기업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울산 북구 천곡동의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인 Y사는 전체 직원 12명 가운데 정규직 직원 3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임시직 근로자다. 정부의 지원 대상인 30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되지만,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나머지 직원 9명의 4대보험 가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업체 대표는 “직원 1명당 최대 13만원의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직원 9명의 4대보험 가입분 월 180여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또한 나머지 직원들까지 포함해 총 12명의 최저임금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한달에만 600만원, 연간 7000여만원의 추가 지출이 생기는데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울산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울산은 자동차·조선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주력이라 최저임금 인상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중소기업은 임금인상에 대한 자구책 마련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연내 결론

이런 가운데 재계와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을 포함할지 여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만 포함되고 상여금과 식비·복리후생비 등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경영압박을 이유로 최저임금 범위에 정기상여금과 숙식비를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범위를 넓히면 인상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저임금위와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고 업종·지역별·연령별로 구분하는 안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전문가 태스크포스(TF) 연구결과에서도 최저임금 범위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연내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를 마무리 짓고 그 결과를 최저임금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어서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되고 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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