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1124년에 쓰인 <고려도경>에는 “서민들은 대부분 흙침상으로서, 땅을 파서 쪽구들을 만들어 그 위에 눕는다. 이것은 고려가 겨울이 몹시 춥지만 솜과 같은 것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난방 방식인 온돌에 대한 기록이다. 난방이 없는 겨울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지금에 고대인들의 겨울나기를 생각하면 얼마나 추웠을까 싶다.

온돌은 ‘따뜻하게 데운 돌’ 구들은 ‘구운 돌’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그 열을 방바닥에 깐 돌(구들)로 전달하여 방을 데우는 방식이 온돌이다. 불을 때는 아궁이, 그 열을 전달받는 구들, 열기가 빨리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개자리, 연기가 통하는 연도, 연기를 배출하는 굴뚝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들 밑으로 불길과 연기가 통하는 고래를 만드는 방법과 구들장을 얼마나 과학적으로 배치하는지가 온돌의 기능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부분만 깐 구들을 쪽구들, 전면에 다 깐 전면구들을 온돌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온돌은 방바닥을 골고루 덥혀서 습기가 차지 않고 한번 데워진 구들장은 장시간 유지되므로 고대인들에게는 아주 효율적인 난방시설이었다.

▲ 구들이 놓인 온돌건물지 (울주 연자도유적건물지7호, 울산발전연구원, 2012)

우리나라에서 구들이 처음 사용된 것은 함경도지방의 청동기시대주거지이고 초기철기시대에는 본격적으로 초기의 쪽구들이 사용되었다. 고구려의 살림집에는 구들이 설치되어 따뜻하게 지낸다는 중국의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고구려와 발해에서도 쪽구들을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도 부분 구들이 주를 이루고 조선시대 이후에 전면구들인 온돌로 점차 확산되었다. 몇 해 전에 발굴조사한 ‘울주 연자도유적’에서 고려시대 건물지 21동이 조사되었다. 그 중 온돌건물지가 8동 조사되었는데 전면구들과 부분구들이 같이 있다. 울주 연자도유적은 12~13세기 울산의 호족세력들이 몽고침입에 대비하여 해도입보하여 사용한 100년간의 흔적이다. 거센 바다와 추위와 바람과 싸우는 참담한 상황에서 온돌이 주는 따뜻한 아랫목의 온기로 국난의 위기를 잠시나마 위로받았던 고려의 그들을 나는 지금 상상해본다.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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