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5월 15일 창간

전문가들 “미국도 군사훈련 자제해야”…트럼프 지지 받았는지 불분명

미국의 외교 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외신들도 그 의미와 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서 북한을 향해 “그냥 만나자”, “날씨 이야기라도 하자”는 등 파격적인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협상에 문을 활짝 열었다”면서 “틸러슨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 지금까지 평양을 향한 가장 분명한 외교적 접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미 CNN 방송도 “(핵·미사일) 시험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외교에 참여하자는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초대장을 북한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제안은 ’어떤 협상도 북한의 핵무장 해제를 기초로 시작된다는 점을 평양이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기존의 미국 요구로부터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미국과) 만나려면 핵무기를 버리는 데 대해 진지함을 보이라고 평양에 요구해온 국무부 기존 정책에서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미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데릴 킴볼 미 군축협회(ACA) 사무국장은 가디언에 “북한과 조건 없는 직접 대화 제안은 진작 했어야 하는 것으로 환영한다”면서 “그러나 그런 대화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측에서도 더 자제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모든 핵·미사일 시험을 멈추고 미국도 “대북 공격을 위한 모의연습”으로 보일 수 있는 기동훈련과 영공비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킴볼 국장은 촉구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각국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끊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많은 법적, 외교적 장애물이 있지만 틸러슨 장관 치하에서 분명히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외교적 노력에 지지를 보냈다.

또 미국 정부가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열린 대화를 추구한 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크로닌 소장은 강조했다. 2001년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격적인 대화 제의에도 틸러슨 장관에게는 여전히 험난한 앞길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크로닌 소장은 “이 모든 외교적 준비작업에도 불구하고 틸러슨은 힘겨운 전투를 여전히 치러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이 위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외교는 단지 협상의 한 조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 행정부 내에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틸러슨 장관이 이와 같은 외교적 노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경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틸러슨 장관은 지난 9월 말 중국 방문 중 북한과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공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대화론을 일축한 바 있다. 연합뉴스